하버드 출신 고고학자, 공놀이 유랑객으로 나서다!
공이라는 소재로 써내려간 환상적인 인류학 보고서
멕시코 밀림에서부터 21세기 미국 소읍의 리틀야구장까지, 중세 유럽 마을과 왕궁을 거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이 맞붙는 축구장을 종횡무진하며 우리가 열광하는 스포츠의 기원을 탐색하는 작품이다. 빼어난 역사서이자 여행기인 이 책에서 저자 존 폭스는 현대 스포츠에 만연한 스캔들과 상업주의로부터 독자를 끌어내, 우리가 공놀이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를 그 본래의 모습과 의미를 기억하는 이들의 몸짓과 목소리로 생생하게 들려준다.
축구와 테니스의 종가는 유럽이지만, 실상 그들이 가지고 놀았던 공은 그리 우아하지 않았다. 들판에서 쥐어뜯은 풀을 뭉쳐 끈으로 친친 두른 뒤 천으로 감쌌던 구체는 돼지 방광이나 캥거루 생식기를 사용한 것으로, 동물 가죽을 꿰매 바람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발전해갔다. 그것만도 대단한 진화였다. 1493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두 번째 신대륙 항해에 나설 당시 선원들은 ‘펠로타’라는 공 하나를 배에 실었다. 그런데 지금의 아이티인 히스파니올라 섬에 도착해보니 미개한 줄로만 알았던 원주민들이 마치 마법사의 공처럼 상하좌우로 팔딱팔딱 살아 움직이는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대체 저게 뭐지? 그들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고무공이었다. 메소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무려 3,500년 전부터 그 지방에서 자생하는 고무로 공을 만들어 다양한 경기를 즐겨온 것이다.
자본권력과 손잡은 현대 스포츠는 종종 당혹스런 추문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지만, 초창기에 뿌려진 놀이 본연의 의미와 가치의 씨앗은 은연중에 살아남아 여전히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형성한다고 폭스는 굳게 믿는다. 효율과 생산성을 지고의 가치로 삼는 우리가 오늘도 야구중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다가올 월드컵 축구 조편성에까지 예민해지는 까닭이 궁금한가! 이 책을 읽어라. 근사한 해답과 함께 지금 내가 편애하는 놀이를 재발견하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