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지지 않았던 병자호란 당시 조선인 포로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리다
377년 전 이 땅에 살았던 남녀가 있다. 강康과 선鮮. 각각 스무 살, 열일곱 살이었던 이들은 적군의 땅에 전쟁 포로로 끌려가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은 혹독한 겨울 추위 속에서 석 달을 걸어 심양瀋陽으로 끌려가야 했다. 강과 선을 비롯한 조선인 포로는 끌려가는 도중 열에 여덟은 죽었다. 청군에게 맞아 죽고, 강간당해 죽고, 얼어 죽고, 병들어 죽고, 압록강에 뛰어들어 죽었다. 《화냥년―역사소설 병자호란》은 그들의 이야기다.
작가 유하령은 바로 이들 조선인 포로들에 주목한다. 특히 작가는 현대 한국 여성들 그리고 작가 본인의 사고방식의 혼란이 역사성의 결여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 병자호란의 포로들을 호출한다. 작가는 병자호란 당시 조선인 포로 중 특히 여자들에게 붙여진 ‘화냥년’이라는 명찰이 앞선 임진왜란 때에도 여자들에게 붙여졌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여성들을 구속하는 흉기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 여성들은, ‘화냥년’ 조상들이 겪었던 수난의 역사를 자기 문제로 인식하고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여성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작가는 10년의 각고 끝에 첫 책인 이 소설을 내놓았다. 병자호란 당시 조선인 포로들의 삶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국내외 사료와 연구 성과를 꼼꼼하게 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