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은 神의 직장이 아니라
국민에게 信義를 지키는 기관이어야 한다”
금융 공공기관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고용 및 근무 요건, 높은 수준의 급여와 복지제도로 최고의 일자리, ‘신神의 직장’으로서 선망되는 수많은 공기업 가운데에서도 가장 선호된다고 알려져 있다. 『신의 직장 CEO 일지』는 그 금융 공공기관에 속하는 ‘신용보증기금’을 2018년 6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이사장으로서 경영한 윤대희의 생생하고 꼼꼼한 기록이다, 1975년에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일하기 시작한 이래, 공정거래위원회, 재정경제부,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거쳐 국무조정실장이 되기까지 30년이 넘도록 공직 생활을 해왔음에도, 저자 윤대희는 “내게 공공기관장은 새로운 도전이었다”라고 술회한다. ‘경제 관료로서 거시적 안목으로 정책을 입안하는 일’과 ‘수립된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일’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던 데다 2,600명 가까이 되는 직원들을 CEO로서 챙기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신의 직장 CEO 일지』는 이 도전에 대한 세세한 기록이면서, 신용보증기금을 넘어 공공기관 전반에 대한 일반론과 철학, 현장과 역사, 고민과 질문이 담긴 방대한 저서로, 공공기관의 CEO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 일하고자 하는 이들, 공공기관의 각종 사안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탁월한 교과서이자 참고서가 될 만하다.
『신의 직장 CEO 일지』는 ‘일지’로 일컬을 만큼 각 사안의 진행 절차를 세심하게 단계별로 설명하면서도, 우선 전체적으로 주제별로 나뉘어 있다. 1부 ‘공공기관장의 리더십’은 공공기관의 설립 목적과 지배구조, 공공 부문 리더십 이론의 변천을 다루었다. 아울러 리더십을 ‘혁신, 공익, 신뢰, 협력’이라는 네 가치를 중심으로 정립하면서 공공기관장의 목표이자 리더십을 ‘신뢰를 기반으로 협력과 혁신을 통해 공익을 추구하는 리더십’으로 정의한다. 2부는 공공기관장의 리더십 덕목 중 하나인 ‘혁신’을 다루며 신용보증기금이 혁신금융 대표 기관으로서, 또 혁신 생태계 조성 기관으로서 활약한 스토리를 소개한다. 3부는 리더십 덕목 가운데 ‘공익’에 대해, 주로 코로나19 시기에 신용보증기금이 추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중심으로 서술하면서 공익이야말로 공공기관의 최고 덕목임을 강조한다. 4부의 덕목은 신뢰로, 이것이 공공기관의 지속성장을 위한 탄탄한 기반이라는 것이 인사 운영, 성과 평가, 노사 관계에 대입되어 역설된다. 5부의 덕목인 협력은 조직문화, 홍보 활동, 국제 업무로 나뉘어 설명되고, 31년 만에 베트남에 신규 해외사무소를 열게 된 감격스러운 이야기가 이 책의 말미를 장식한다.
저자는 오늘날 공공기관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것이 그곳에 입사하기를 선망하는 마음을 반영하는 동시에 ‘방만 경영’을 꼬집는 것임을 언급한다. ‘철밥통’, ‘세금 도둑’ 같은 말에서도 드러나다시피, 또한 2021년 상반기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LH 사건’으로 되짚어볼 수 있듯이, 공공기관에서 신의와 공익이라는 덕목이 어느 때보다 자주 회자되는 시기에 『신의 직장 CEO 일지』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자 이 기관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공공기관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 목적함수를 밝히고 공공기관의 사명과 덕목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플랫폼 경제, 기업의 사회·환경적 활동까지 고려하는 지표인 ESG 등이 주목되는 상황에서 신용보증기금이라는 금융 공공기관의 중요한 역할을 서술하는 대목에서나,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뛰어다니며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3회의 A등급을 받은 과정을 풀어내는 대목에서나 ‘공공기관은 神의 직장이 아니라 국민에게 信義를 지키는 기관이어야 한다’라는 것에 저자 윤대희는 초점을 맞춘다. 공공기관도 일반 기업만큼 혁신이 가능함은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오히려 경제 산업 전반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강조한다. 아울러 이론적으로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장으로서의 실제 경험과 감정까지 솔직하게 토로되어 있어, 우리 사회가 지금 절실히 필요로 하는 리더십 전반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