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중편 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로 《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조해진의 첫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칙릿과 재담이 문단을 휩쓰는 와중에도, 조해진은 차분한 목소리로 가장 소외된 이들과 세상의 모퉁이를 꾸준히 그려 왔다.
이 책에서 작가는 언어와 언어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는 입양아, 하루의 일탈로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은 이, 결혼 이민을 온 우주베키스탄 고려인, 존재감이 사라져 가는 노숙인, 군대 폭력에 연루되어 악몽을 꾸는 이, 망막 색소 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어 가는 연극배우, 아버지의 가정 폭력에서 살아남은 딸의 이야기를 통해, 타자를 만들어 내는 폭력에 주목한다. 그러나 서툰 감상이나 격한 과장을 덜어 내고, 단단하면서도 치밀한 동감(同感)의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