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오래된 것 또는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한 관심과 존경으로부터 시작한다. 박물관에 근무하는 디자이너인 저자는 시공을 초월하여 예술적 작품으로 인정받는 대상들을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거기에 담긴 삶의 지혜와 통찰을 읽어 낸다. 현대사회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과잉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디자인의 생명력과 지속 가능성은 과잉이 제거된 평범함과 꾸밈없음, 삶의 가치를 고양시키기 위한 순수함과 치열함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결국 좋은 디자인이란 삶의 실체와 본질을 파악하게 해주고 우리의 삶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래되고 지속되어 온 대상을 통해 좋은 디자인을 좇기에 앞서 좋은 삶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아울러 이러한 문화적 감성과 수준이 어떤 식으로 계승되는지에 대한 적합한 사례를 들고, 디자인에 관한 전문 지식이나 기술적 요소가 아니라 치열한 삶의 태도와 인간사유의 집적들이 결국 품격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원동력임을 주장한다.
예술이 아무리 위대하다 해도 삶보다 우위에 설 수는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평범하고 사소할 수도 있는 삶 그 자체이며, 디자인은 삶을 보다 의미 있게 이끌어 가는 방편, 즉 인문학이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저자와 함께 박물관을 거닐며 오래된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사유하는 향기로운 인문학 산책의 시간을 즐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