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성제 수필가의 산문집 『거기에 있을 때』는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사건과 존재들을 응시하며 내면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숨 가쁜 도시의 중심에서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한가로이 유목적 사유를 즐기는 저자의 모습이 담긴 글에는 포근한 햇살이 머문다. 저자는 살아온 날들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삶을 관조하고 성찰하면서 은은하고도 진솔하게 그려낸다. 그 속에 담겨있는 저자의 담백하면서도 유려한 문체와 풍부한 감수성과 상상력이 담긴 편편의 글들은 더욱 이 책을 돋보이게 한다. 살아 계신 아버지가 미리 찍어둔 영정사진을 보며 지나친 보정을 가한 사진사를 나무라게 되는 딸의 속내는 어떤 것이었을까. 실제와 다르게 보이는 아버지의 사진이 영혼 없는 자화상으로 남겨지는 것 같아 저자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아버지가 살아온 회한과 성찰, 삶의 궤적을 담은 사진으로 남겨졌으면 하는 저자의 마음은 결국 진실한 글을 쓰고 싶다는 또 다른 속내가 아닐까. 집에서 키우던 닭을 잡아 배를 가른 날, 마지막까지 알을 배어 고소한 알을 남긴 닭처럼 저자 또한 알 낳기를 멈추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딱딱한 알 껍질 안에 들어있는 따뜻하고 반들반들하고 고소한 고영양의 알, 설성제 수필가의 글이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