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에 따르면 멜랑콜리는 세상이 녹록지 않음을 절감할 때 느끼는 좌절감과 패배감이라고 한다. 세상은 흔쾌히 길을 열어보여 주지 않으며, 따라서 세상과 조우하며 균형을 찾고자 애쓰는 이는 멜랑콜리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멜랑콜리는 우울감에 빠지게 하는 기질이나 원인이 아니라 세상을 감내하며 나타나는 징후이다. 멜랑콜리를 느끼는 이들이 어쩔 수 없이 떠안게 되는 패배의식과 소외감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은이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는, 미술사를 연구한 시간만큼 화가를 꿈꾸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서양미술을 공부하며 그림을 그렸던 지은이 이연식은 작업 도중 문득 찾아오는 슬럼프와 멜랑콜리한 감수성이 예술가만이 획득할 수 있는 창조성의 원천이 아니라는 점, 그러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감수성이라는 점을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미술사학으로 방향을 바꾼 뒤에는 자연스럽게 화가들의 화폭에 담긴 멜랑콜리가 다른 미술사가보다 더 눈에 더 띄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멜랑콜리가 예술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사회적으로 자연스러운 감수성임을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썼다.
저자소개
미술사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과정에서 미술이론을 공부했다.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繪)와 양풍화(洋風畵)에 대한 논문을 썼다. 현재 저술과 번역을 병행하며 미술사에서 음울하고 기괴하고 에로틱한 것을 끌어내는데 몰두하고 있다. 미술에 대한 저술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의 경계를 탐색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지은 책으로는 『응답하지 않는 세상을 만나면, 멜랑콜리』『괴물이 된 그림』을 비롯해 『아트 파탈』『위작과 도난의 미술사』,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눈속임 그림』, 『미술영화 거들떠 보고서』가 있다. 『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 『무서운 그림』(1권, 3권), 『무서운 그림으로 인간을 읽다』, 『명화의 거짓말』 등 주로 나카노 교코의 책을 번역해왔다. 이 밖에 『맛있는 그림』과 『다케시의 낙서입문』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