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삶들이 진짜야.
기억해요, 그날의 햇빛과 그날의 바람과 구름, 젖은 나뭇잎의 냄새까지도……
올해로 등단 20주년이 된 소설가 김연수가 다섯번째 소설집을 엮었다. 이 책은 2008년 가을부터 2013년 여름까지 발표된 단편 11편을 담았다. 이번 작품집에 실린 열한 편의 소설은, 작중 화자의 개입 없이 소설 속 인물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엄마가, 누나가, 이모가, 들려주는 제 삶의 이야기들.
타인의 삶과 이 세계를 제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이해하려 애쓰고, 결국은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 김연수 소설이 가지는 힘은 여기서 온다.
김연수의 소설이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면, 또한 그 때문일 것이다. 서툴게 위로하지 않고, 그저 삶이 거기에 그렇게 존재한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어떤 순간 뜻없이 중얼거리는 말들을 커다란 귀가 되어 그저 그 자리에서 들어줌으로써. 그리고 그 순간 결국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함으로써.
우리는 서로를, 타인을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고 함께 걸을 수는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어깨에 몸을 기대는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을 기대는 일이다. 그래야 기대는 쪽도 의지가 되는 쪽도 불편하지 않다. 이제, 그의 커다란 귀를 열어둔 소설에 마음을 기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