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일본 대중문화를 총체적으로 포착하는 미학 ‘가와이이’
일본 대중문화 전반에 공통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품 미학을 ‘가와이이’(귀엽다)란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 문화 비평서이다. '가와이이'라는 형용사의 내력을 다양한 문헌을 통해 밝히고, 애니메이션, 오타쿠, 게임, 라이트 노블 등 현대 일본 팝컬처의 각 분야를 낱낱이 살피며 이것이 어떻게 대표적인 미학적 개념으로 군림하고 있는지를 다루었다. 또, 나아가 '가와이이'가 현실과 역사를 억압하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는 측면까지 포착했다.
일본발 캐릭터 상품은 20세기에 이어 21세기에도 세계를 여전히 석권하고 있으며 그 시장 규모는 무려 2조 엔을 넘는다. 기존의 장르적, 산업적 분석이 일본인의 꼼꼼함, 장인 정신, 오타쿠적 특징, 산업적 전략, 정부의 정책 등을 언급하며 이 성공 신화를 설명하려 한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일본 대중문화의 세계적 성공과 그 산업적 생산 과정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공통적인 중요한 미학에 주목했다. ‘가와이이’는 미학적으로 미(美)와 그로테스크 사이에 있는 광대한 영역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미학적 향신료가 일본 대중문화 상품의 곳곳에 듬뿍 뿌려져 일본 소비문화 상품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결정적인 경쟁력을 만들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작은 것, 어딘지 그리움을 자아내는 것, 지켜주지 않으면 금세 부서질지 모를 정도로 취약하고 덧없는 것, 어딘지 로맨틱하여 사람을 정처 없는 몽상의 세계로 이끄는 힘을 가진 것,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것'가와이이'는, 본질적으로 퇴행적이다. 그 이면에는 몰역사성과 무시간성, 비정치성, 타자성이 있으며, 이는 나아가 현재 일본의 정치적 퇴행과도 맞물린다. 이 책은 ‘가와이이’를 21세기 일본 소비사회, 대중문화의 주요한 미학으로서 자리매김하고, 그 구조를 통시적·공시적으로 분석하는 첫 시도이다. 재치있는 문장과 반짝이는 지적 성찰이 함께하는 신 일본문화론은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