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엔지니어란 무엇이고,
어떤 경로로 형성?발전되어왔는가
이 책은 엔지니어에 관한 사회적 탐구이자 담론이다. 해외 선진국의 엔지니어들이 비교적 균질한 직업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 엔지니어의 실체는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 그렇지만 엔지니어링을 번역하거나 의미할 때는 대부분 공학이라고 부른다. 엔지니어링을 공(工)과 학(學)을 결합한 공학이라고 지칭한 이유는 무엇일까? 동아시아 전통사회의 구성 요소였던 공(工)은 근대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엔지니어, 엔지니어링으로 전환되었다. 이 과정을 역사적 흐름 가운데 조망하고 과학기술사회학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PART I. 한국 사회 공(工)의 여정을 추적하다
이 책은 19세 말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에서 공(工)과 관련된 핵심 주체의 형성과 변화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탐색을 시도한다. 현대사회에서 공(工)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 누군가와, 무엇인가와 연결되어 있으며, 특정한 장소에서, 어떤 목표 하에 조직되고 추진된다. 한국 사회에서 엔지니어링을 공학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은 전통적 공(工)과 교육의 결합을 통해 더 나은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엔지니어들의 기대와 실천이 한국 사회를 설득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PART II. ‘정체성의 정치’의 관점으로 엔지니어 역사를 바라보다
엔지니어는 누구인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이고 무엇을 지향하는가라는 질문은 엔지니어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삶을 공유하는 모두에게 중요하다. 엔지니어가 기술 제품과 서비스만이 아니라 세상을 발명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 엔지니어의 ‘정체성의 정치’는 크게 두 전략 사이를 이동하며 진행되어왔다. 하나는 ‘구별짓기’ 전략이요, 또 하나는 ‘관계맺기’ 전략이다. 구별짓기가 학문과 직업과 일상 속에서 오랫동안 진행되어왔다면, 관계맺기는 새로운 전략이다. 관계맺기 전략의 출발점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전문성 인식, 즉 엑스퍼티즘이 갖는 한계를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양상을 젠더, 2세대 벤처의 도전, 시민 엔지니어 모델을 통해 가늠해보고자 한다.
글로벌 사회와의 연결이 보편화되고 있는 지금, 이러한 도전과 상상력이 인적, 물적 네트워크와 가상의 네트워크를 통해 널리 확산되어 새로운 의미에서 ‘유능한’ 엔지니어 정체성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