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네가 달려온다. 이곳으로 살아난다”
존재의 경계를 무화하는 시
투명한 결속으로 완성되는 사랑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시어로 주목받아온 김선오의 두번째 시집 『세트장』이 출간되었다. “사랑이 끝났다고 집요하게 말함으로써 오히려 사랑의 불가능을 파괴하려는 것 같다”(시인 황인찬)는 추천사와 함께 첫 시집 『나이트 사커』로 문단에 등장한 이후 2년간 꾸준히 쓰고 다듬은 시 55편을 한데 묶었다.
부재하는 ‘너’를 통해 사랑의 영원성을 길어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시집에서 김선오는 타자를 향한 인식의 전환을 도모한다. “보는 이의 시선을 조금씩 배반하는 방식”(「돌과 입맞춤」)으로 ‘나’ 아닌 다른 존재의 위치에서 이 세계를 경험하고자 한다. 주체와 객체라는 이항대립적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모두가 “투명한 유령”(「농담과 명령」) 같은 상태로 동등하게 연결되기를 꿈꾼다. 그러므로 『세트장』은 규정될 수 없는 존재들만이 비로소 실현할 수 있는, 일말의 차별과 위계조차 없는 관계를 이뤄낸다. ‘나’라는 틀을 벗어나야만 오롯이 결성할 수 있는 ‘우리’의 사랑으로 충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