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나일본부설의 족쇄를 끊어내기 위해
한반도 내 전방후원분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다
나주를 위시한 영산강유역의 고대사는 그 기록이 부족한 탓에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 때문일까, 고대 영산강의 주인들은 수많은 유물을 남겨 자신들의 존재를 입증하였다. 그러나 선조가 남겨둔 소중한 사료들을 오히려 국내학계가 애써 외면하고 있다. 2021년 2월, 해남의 방산리 장고봉 고분이 발굴 4개월 만에 조용히 덮인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장고봉 고분은 일본열도의 특징적인 묘제인 전방후원분을 다르게 일컫는 말인데, 현재까지 국내에서 16기가 발견되었다. 일본학계가 이 사실을 임나일본부설의 근거로 삼을 것이 우려되어 국내학계가 영산강유역의 고대사 연구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임나일본부설은 한국고대사 연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반일감정이라는 안대를 쓴 채로 발목에만 힘을 주고 있는 형편이다. 『한일 고대사의 재건축』시리즈는 독자에게 먼저 안대를 벗고 한일 공동의 역사를 마주하기를 권한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는 양국의 정치적 목적으로 얼룩진 고대사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새로운 탑을 세워나갈 수 있다.
잊혀버린 비운의 정치체, 영산강과 규슈의 주인을 찾아
역사전쟁의 소재를 화해의 매개체로 전환시키다
『한일 고대사의 재건축』시리즈는 총 세 권으로 구성돼 있다. 제3권은 일본열도에서 일어난 내전과 영산강유역에 산재하는 전방후원분을 단서로 하여, 존재하였으나 그 정체가 지워져버린 두 정치주체를 찾아 나선다. 이 작업은 일본서기 너머의 진실을 포착하고 한국고대사의 공백지대를 메우기 위한 철저한 준비과정과 다름없다.
책은 잊혀버린 비운의 두 정치주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고대의 일본열도에는 각각 가야와 백제의 분국으로 출발한, 숭신과 응신이라는 두 개의 정치체가 있었다. 그러다 열도에서 발발한 내전으로 숭신이 패하고 응신에 의해 그 흔적이 소멸되었다. 한편 영산강 유역에는 바다 건너편의 실력자들을 초빙할 만큼 유력한 정치체가 존재하였다. 그들은 최종적으로 백제에 병합되었고, 밀접한 관계를 맺고 지내던 가야·숭신이 함께 몰락하는 바람에 그 기록을 후대에 남기지 못했다.
저자는『한일 고대사의 재건축』 시리즈를 통해 역사전쟁의 소재가 사실은 역사적 화해의 대상임을 실증하려 하였다. 제1권에 등장하는 해인족이 마지막으로 남아 있었다는 영산강유역, 제2권에서 다루는 모용선비족의 최종 도착지라는 규슈의 진짜 모습을 알아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저자가 고대 영산강과 규슈의 정치체 복원을 시리즈의 마지막 주제로 삼은 이유다. 비밀들이 얽히고설킨 와중에도 역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민낯을 드러내곤 한다. 저자는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 마름모꼴 바다를 돌아다니며 집요하게 그 퍼즐조각을 모아 맞춰왔다. 저자가 마름모꼴 바다 위로 띄우는 배에, 편견을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올라타 보자.
현직 기자의 집요한 시각으로
20년간 짜온 한일 고대사의 새로운 청사진
저자 장한식의 고대사 재건축 청사진은 그가 1999년 출간한 『신라 법흥왕은 선비족 모용씨의 후예였다』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이 책은 문제의 기마민족이 모용선비라는 주장을 펼쳐 역사학계에서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 단초에서 시작하여 20여 년간 고대의 한일관계라는 화두를 놓고 많이 읽고 오래 생각한 끝에 저자는 고대사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얼개를 꾸몄다. 그러는 동안에 꾸준히 독자적인 시각의 역사서를 저술해 오기도 하였다.
장한식은 KBS 현직 방송기자이다. 기자의 시각과 작업방식이 독특하고도 단단한 역사서를 만들어냈다. 도그마적 역사해석에서 과감히 벗어나, 덜 주목 받거나 아주 사소한 단서 하나도 집요하게 파고드는 기자의 시각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야를 제공한다. 또 사건의 이면에서 육하원칙이란 그물로 확보한 작은 단서를 모아 큰 그림을 구축하는 작업방식은 독자들을 역사 여행에 완벽히 몰입시킨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한일 고대사의 재건축』시리즈는 비장하면서도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