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감각한 일상에 균열을 내는 문학적 몽타주의 실현
발터 벤야민식 서울 탐방기.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서 모티프를 얻어, 서울의 일상을 미시적으로 탐사하고, 다양한 문화 텍스트를 풍성하게 인용하며 도시 읽기를 시도했다. 독문학자이자 문학 평론가인 저자는, 서울 곳곳에 스며든 문학의 기억을 끌어내며 그 사회 문화적 함의를 해독한다. 책은 주인공 ‘구보’가 2013년의 어느 날 아침 집을 나서면서 시작되고, 자정을 지나 귀가하면서 마무리된다.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처럼 21세기의 구보도 하루 동안 서울 거리를 산보한다.
다만, 도보 외에도 지하철, 택시 등 다양한 교통 수단의 도움을 받으며 영등포에서 출발해 광화문과 을지로 일대, 홍대 입구, 코엑스, 가로수길, 강남역 등을 거니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발길이 닿는 곳마다 다종한 텍스트와 그림과 사진과 이에 대한 해석을 뒤섞어 동시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욕망의 근원을 추적한다. 단순한 도시 인상기에 그치지 않고 지극히 구체적이고도 사실적인 서울의 이미지들 속에서 사유와 인식의 해방을 돕는 이 책은, 다른 삶의 양식, 다른 도시의 모습을 꿈꾸는 가능성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