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어떤 의미일까' 이름표를 바꾸면 삶도 달라질까'
이름 뒤에 숨어 있는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이야기
미국의 한 바닷가 마을 스크럽 하버(Scrub Harbor). 이 지역에는 대를 이어 살아온 주민들과, 경치 좋은 바닷가에 큰 저택을 짓고 여유롭게 생활하려고 이사 온 주민들이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이사 온 사람들 중 일부가 스크럽 하버는 촌스러우니 폴리 베이(Folly Bay)라는 세련된 이름으로 마을 이름을 변경하자고 나선다. 이 일은 어른과 아이, 남자, 여자, 동성애자, 이성애자, 흑인, 백인, 부자, 가난뱅이, 유명인, 괴짜, 이민자, 교환학생 등등 책 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인물들이 자신이 자신에게 붙은 이름표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아가며, 스스로의 상황이나 인간관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데…….
이 책의 배경은 미국이지만 대학 입시를 비롯한 한 학군 안에서의 성적 순위, 가정환경의 빈부 차이, 인종이 다른 학생들 간의 미묘한 긴장관계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한국의 현실과 매우 유사한 면들이 있다.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이지만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몰입할 만한 주제인 다른 학생에 대한 호감, 정체성 확립, 가족 간 갈등, 전학의 어려움, 진로에 대한 고민 등을 다루고 있기에 더욱 흥미롭다.
또한 마을 이름 변경을 위한 주민 투표 자체보다는, 이런 '어른들의 사정'이 학교의 아이들에게 반영되는 과정을(예를 들어, 학생들이 서로를 '스크럽 파', '폴리 파'라고 부르며 싸우기 시작한다) 자연스럽고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굵직한 사건이든 작은 감정의 변화이든 너무 거창하거나 무겁게 그리지 않고, 성장 과정의 일부로 편안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이름도 하나의 편견의 잣대가 될 수 있음을 넌지시 일러주며,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이름 이면에 숨겨진 진정한 자아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