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한 커플, 재치와 시니컬로 뭉친 작가와 화가 부부의 사소한 기록
프랑스의 작가이자 화가인 프레데릭 파작과 스위스의 아티스트이자 파작의 부인인 레아 룬트의 드로잉 에세이집이다. 이 30년차 부부의 공통된 직업은 화가. 하지만 남편 파작은 출판과 글쓰기에, 룬트는 회화와 사진에 더 비중을 둔다. 이들은 사진과 영화, 출판 등 여러 방식으로 다양하게 같이 또는 따로 작업을 해왔다.
이 책은 레아 룬트가 그려 두었던 목탄화를 보고 프레데릭이 영감을 받아 글을 쓴 것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나중에는 파작의 글에 영감을 받아 룬트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부부의 사소한 감정과 이야기들(사랑과 부부 생활에 대한 각자의 가치관, 생활 습관, 서로에 대한 질투, 쩨쩨함 그리고 여전한 이질감 등)이 중심이 되며, 그들이 관심을 갖은 인물들의(마르크스, 마르크스의 둘째 딸 부부, 라스푸틴, 마리아 드 나글로프스카, 스탕달, 재즈 뮤지션 압둘라 이브라힘) 이야기를 한다. 또 같이 간 여행(이탈리아, 프랑스, 남아프리카) 그리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 같이 겪은 가족의 죽음, 젊었을 때 겪었던 에피소드 등이 맥락 없이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다.
이들은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들이 살면서 지키는 확고한 신념에 대해서도 아무 말이 없다. 그저 세상에 존재하는 이런 저런 장면과 상황들을 소중하게 스케치북에 담고, 거기에 이야기와 생각을 붙인다. 때로는 냉소적이고, 때로는 미움과 원망이 가득하다. 편집증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한편 가끔씩 발견하는 세상의 아름다움에 심취하기도 하고, 인간의 어떤 모습에 감동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