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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글쓴이
애나 캐번 저
출판사
민음사
출판일
2023년 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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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애나 캐번

1901년 프랑스 칸에서 부유한 영국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났고, 본명은 헬렌 우즈(Helen Woods)다. 열여덟 살의 어린 나이에 아이를 얻은 어머니는 딸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지 못했고, 게다가 열 살 때 아버지가 자살하면서 캐번은 더욱 고립된다. 그 뒤 기숙 학교에서 외롭게 성장한 캐번은 옥스퍼드에 진학하기를 바랐으나 어머니는 자신의 과거 연인이었던 도널드 퍼거슨과 결혼하기를 강요한다. 결국 캐번은 열두 살 연상의 퍼거슨과 결혼한 뒤 철도 기술자인 그를 따라 버마(미얀마)로 이주했고, 거기서 아들 브라이언을 낳는다. 이 시기를 배경으로 집필한 소설 『나를 내버려 둬(Let Me Alone)』(1930)와 『여전히 낯선 사람(A Stranger Still)』(1935)은 당시 본명이었던 헬렌 퍼거슨(Helen Ferguson)으로 출간되었고, 캐번의 낯설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짐작하게 해 준다. 이 년 만에 남편을 등지고 아들과 함께 유럽으로 돌아온 캐번은 자동차 경주를 즐기는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화가 스튜어트 에드먼즈를 만나서 새로이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에드먼즈와의 사이에서 딸 머거릿을 얻지만 태어나자마자 죽고, 두 사람의 관계도 차츰 휘청이다가 1938년 이혼에 이르고 만다. 이때부터 캐번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한편, 헤로인을 투약하고 수차례 자살을 시도하면서 끝내 스위스의 정신 요양원을 드나들게 된다. 하지만 캐번은 작가로서 다시 살아가기 위해 약물 중독과 우울증에 맞서기로 다짐한다. 그러면서 ‘헬렌 퍼거슨’으로 발표했던 소설 속 등장인물인 ‘애나 캐번’으로 개명하고, 짙은 갈색 머리카락을 찬란한 금빛으로 염색한다. 홀로 전 세계를 여행하던 캐번은 2차 세계 대전 무렵 영국으로 귀국해 부상당한 군인들을 돌보면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편집 업무를 맡기도 한다. 1944년 아들 브라이언이 전사하면서 큰 충격을 받지만 정신과 치료(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제자인 루트비히 빈스방거에게 직접 진료받기도 한다.)와 작품 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 간다. 『정신 병동에서(Asylum Piece)』(1940)를 필두로 『나는 라자루스(I Am Lazarus)』(1945), 『말의 이야기(The Horse’s Tale)』(1949), 『당신은 누구?(Who Are You?)』(1963) 등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비평계와 동시대 작가들의 주목을 받지만 대중적으로는 큰 빛을 보지 못했다. 당대에 캐번은 주나 반스,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 그리고 프란츠 카프카에 비견되었으며 작가 아나이스 닌, J. G. 밸러드 등 수많은 작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1968년 캐번은 켄싱턴의 자택에서 심장 부전으로 사망하지만 그가 별세하기 한 해 전에 발표한 유작 『아이스(Ice)』(1967)는 비로소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키며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사후 캐번은 앤절라 카터, 폴 오스터, 무라카미 하루키 등이 선보인 슬립스트림 문학의 선구자이자 꿈과 약물 중독, 환각, 실존적 불안과 소외를 구현하는 ‘야행성 언어(nocturnal language)’의 창시자로서 독보적 위상을 차지하며 매우 중요히 평가받고 있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애나 캐번은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작가이지만 현대 소설의 독특한 흐름을 이룬 ‘슬립스트림 문학(SF 작가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정의에 따르자면 “독자들에게 낯선 관점에서 익숙한 광경이나 사물을 마주한 듯 ‘타자성’을 유발하는 작품”을 일컫는다.)’의 예언자이자 완성자이고, 실험적 기법과 독창적 시각으로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은 물론 공연 예술, 음악과 미술 등 광범위한 영역에 현저한 영향을 끼친 우리 시대의 거장이다. 그중에서도 작가가 사망하기 일 년 전에 발표한 유작 『아이스』는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은 최고 걸작이자 현대 SF 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결정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애나 캐번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도리스 레싱을 비롯해 진 리스, 아나이스 닌, J. G. 밸러드, 크리스토퍼 프리스트, 어슐러 르 귄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에게 일제히 상찬받았을 뿐 아니라, 초현실적이고 서사 파괴적이며 대담하도록 실험적인 글쓰기를 통해 카프카, 보르헤스, 칼비노 등 독보적인 문학 세계를 선뵌 대문호에 비견되기도 했다.

또한 『아이스』는 ‘슬립스트림 문학’이라는 용어가 미처 문단에 자리 잡기도 전에, 전대미문의 기상천외한 글쓰기를 성취함으로써 훗날 J. G. 밸러드의 ‘지구 종말 시리즈( 『크리스털 세계』 등)’, 어슐러 르 귄의 『어둠의 왼손』 등 페미니즘 SF, 우리에게도 익숙한 무라카미 하루키와 폴 오스터, 영화감독 스파이크 존즈(「존 말코비치 되기」)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한 공명(共鳴)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아이스』를 필두로, 애나 캐번의 경이로운 작품들은 단지 예술적 창작물에 그치지 않고, 그의 불행과 고통, 절규로 가득한 삶 자체를 반영하고 있다. 아버지의 부재(자살)와 어머니의 외면, 좌절당한 꿈과 강요된 혼인(어머니의 전 애인과 결혼해야만 했다.), 억압적인 결혼 생활, 지옥의 밑바닥처럼 아득한 우울과 치명적인 약물 중독은 애나 캐번의 인생을 송두리째 집어삼켰다.

본명으로 발표한 (보다 자전적인) 초기 작품들뿐 아니라, 대표작 『정신 병동에서』와 『아이스』에서도 이러한 어둠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편 굉장한 여행가(세계 일주를 할 정도였다.)이자 속도광(자동차 경주 애호가였다.), 심도 있는 정신 분석학 경험자(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제자, 루트비히 빈스방거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로서 다채로운 모티브, 착란적 서사, 거침없이 내달리는 문장을 완성한 애나 캐번은 주제와 기법, 모든 면에서 삶을 예술로 승화해 냈다. 도리스 레싱의 찬사대로 “유일무이한 작품”인 『아이스』는 이제껏 그 누구도 가닿지 못한 기이하고 불길하며 불가지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더불어 제2의 물결 페미니즘이 대두하기에 앞서 여성의 왜곡된 섹슈얼리티, 가정 폭력 문제, 가부장제의 성 착취 구조 등을 적나라하게 고발했으며, 기후 위기와 세계 대전의 출현을 경고함으로써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아니 더욱 절실한 문제의식과 비전(vision)을 고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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