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지난 30여 년간 미국의 패권을 전제로 작동하던 기존 세계질서와 그 문법이 파괴되고 있다. 혹자는 러시아의 강대국 지위 상실로 인해 미국과 중국이 각각 한 축을 담당하는 양극 체제 형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고, 혹자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몇 개의 강대국이 함께 주도하는 다극 체제 형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국제적 무질서’의 양상을 지적하기도 한다. 세계질서는 분명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가 두 개의 초강대국을 중심으로 협력하고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신냉전’과 전략적 자율성을 가진 몇 개의 강대국이 사안에 따라 협력과 갈등을 위한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다극 질서’ 사이에서 아직 자리를 찾지는 못한 것 같다. 또한, 이러한 과도기는 우크라이나의 전장(戰場)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한국에게도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한 목적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있다. 첫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질서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둘째, 미국, 러시아, 중국, EU, 일본은 향후 세계질서를 어떻게 전망하고, 그것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과제를 설정하고 있는가? 셋째, 변화하는 세계질서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독자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작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세계질서의 변화라는 큰 흐름을 이해하고, 주요 강대국의 협력과 경쟁의 전략이 교차하는 과도기에서 한국의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