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범죄에 대한 기록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떤 범죄학 서적보다도 더 풍성한 범죄사례들을 담고 있는 데다가 현대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뉴스에서조차 들어보기 힘든 흉악한 범행들도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성경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이미 범죄자이므로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할 운명에 처해 있다는 것과(로마서 3:23), 인간의 심성이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상태(예레미야 17:9)임을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만 두고 생각해 보면 인류에게는 희망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모두 악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행을 베푸는 사람은 물론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의로운 사람도 종종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성경은 이토록 인간의 실존상황을 죄악에 가득 찬 모습으로 그리고 있을까? 그것은 인류의 첫 조상 아담이 하나님 명령을 거역하는 순간, 창조주의 절대적 권위에 도전하려는 죄의 본성원죄, original sin이 인간 내면에 깃든 채 자자손손 후손에게 유전됨으로써(창세기 3:22) 우리 모든 인간이 잠재적 범죄자의 지위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나님은 그 원죄의 상태에 처한 인간이 영생의 삶을 살지 못하도록 인간을 흙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조치를 취한다(창세기 3:19). 하지만 인생으로 고생하게 하며 근심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님의 본심은 아니었다(예레미야애가 3:33). 그는 인생을 불쌍히 여기고, 은혜와 인자가 넘치며, 분노의 마음을 영원히 품지 않는다(시편 103:8~10). 그렇기에 자신의 죄악을 슬퍼하고 돌이키는 자에게는 타락하기 전 인간이 누렸던 생명의 기쁨들을 잠시나마 맛볼 수 있도록 진리에 부합하며 살고자 하는 선한 갈망도 심어 준 것이다. 그러므로 성경 속에 있는 범죄 스토리는 선한 갈망을 좇는 대신, 악한 죄의 본성에 굴복하기를 선택했던 자들의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선한 길을 택하지 못하고 악한 길을 걷게 되었을까?
수년 간 대학에서 범죄학 강의를 해 오던 필자는 많은 범죄학자들이 범죄원인을 인간이성의 오용에서 찾거나 생물학적·심리학적·사회학적 환경 요인에서 찾고 있음을 보고 그러한 시도들이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인간 존재의 본성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범죄의 원인 문제는 피상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르러 본서를 집필하기에 이르렀다. 인간 누구나 태생적으로 갖게 되는 범죄적 본성 문제를 성경 이야기를 통해 해부해 보고자 한 것이다.
필자는 그 범죄적 본성이 국가의 형사정책과 사회제도 등으로 어느 정도는 관리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올바른 신앙을 통해 치유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본서는 인간에게 내재된 악한 본성에 대한 영적 치유 방법론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책은 아니다, 다만, 성경 속 인물들의 범행 및 범죄피해의 경위 등을 흥미 있는 이야기 형태로 제시해 본 다음, 그들이 범죄를 범하거나 피해를 입게 된 원인과 과정을 기존의 범죄학이나 범죄심리학 및 법학 이론을 활용해 분석해 보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을 뿐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그들과 동일한 성정을 가진 인간으로서 공감하는 바가 있을 것이며, 범죄의 유혹을 받을 때 어떠한 삶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종래 범죄학 도서들이 시도하지 못했던바 인간의 범죄성에 대한 신학적 고찰도 시도해 보았기에 이 책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해 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성경에 기록되어 있으므로 그들의 스토리에 대해서는 성경 본문의 출처를 표시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본서 말미의 부록을 통해 관련 구절을 읽어보며 더 깊은 묵상을 해 보도록 하였다. 여기 소개되고 있는 이야기들은 모두 성경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독자의 흥미를 돋우기 위하여 필자의 상상력이 가미된 픽션(fiction)도 함께 섞여 있다는 점을 밝혀 둔다. 끝으로 이 책이 출판되기까지 성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사랑하는 아내와 기쁜 마음으로 본서를 추천해 주신 이동원,문대원 목사님 및 박정윤,최용준 교수님, 집필 작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신 동료 교수님, 그리고 출판사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 저자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