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 리스트
  • 구매
반에 반의 반
글쓴이
천운영 저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3년 2월 23일
  • 읽고있어요

  • 다 읽었어요

  • 읽고싶어요


저자

이미지

천운영

천운영은 1994년 한양대학교 신방과를 졸업했으며 1997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현재 고려대 국문대학원에 재학중이다. 지난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바늘」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001년 제 9회 대산문화재단 문학인 창작지원금을 받았으며 같은 해 등단작을 표제로 한 소설집 『바늘』을 출간했다. 2004년 소설집 『명랑』을 출간했고, 지난해 장편소설 『잘 가라, 서커스』를 발표하며 평단과 독자들의 찬사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1990년대 들어 문단의 전면을 장식하며 등장했던 일군의 여성 작가들과는 전혀 다른 작품 세계와 작가관을 선보여 새로운 여성 미학의 선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3년 신동엽창작상, 2004년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했다.

사람의 얘기를 쓰는 천운영은 그만큼 사람을 좋아한다. 대학시절 그의 자취방은 공부하던, 회의하던 친구들이 저녁마다 주막처럼 들러서 국수를 말아먹고 갔던 곳이다. 애들 교육은 못 시켜도 이웃에 떡은 돌렸던 할머니의 천성을 이어받았다는 천운영은 남들 음식 해 먹이고 챙겨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기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뚜렷한 사회 인식이 아니라 토익, 토플, 상식 따위이기에 명지대 신입생 강경대가 공권력에 쓰러졌던 시절, 천운영은 손목에는 청 테이프를, 옆구리에는 대자보를 끼고 다녔고 맨 뒷자리에 앉아 있다가 출석만 부르고 도망가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소설가의 꿈은 정말 우연히 찾아왔다고 말한다. 4학년 때 들은 평론수업 시간, 당시 김영삼 정권의 금융실명제 실시에 관한 평론을 쓰는 과제에서 선생님이 그의 평론을 재밌게 읽고는 차라리 소설을 써보라던 한 마디가 순간 한 줄기 빛으로 천운영의 머리를 꿰뚫고 지나갔다.

당시 평론을 논설문이 아닌 현실을 빗대는 이야기를 만들어 썼다는 천운영은 선생님이 농담처럼 덧붙인 한 마디에 소설가의 길과 우연히 마주쳤다. '잘 하는 것 하나 없지만 소설은 잘 쓸 수 있겠다'는 확신에 한양대학교 졸업 후 서울예대로 진학했고 2년 동안 수많은 책을 읽었다. 수업시간에 모르는 작가의 이름이 나오면 몰라도 아는 척 하며 메모를 했다가 저녁 때 서점에 들러 모두 읽어버리던 천운영은 그 2년 동안 평생 읽은 책보다 대여섯 배 많은 책을 읽었다. 천운영에게 어느 날 한 줄기 빛이었던 소설에 대한 꿈을 키운 서울예대 2년은 "소설에 관해 얘기하는 친구도 얻었고, 좋은 선생님도 만났고, 소설을 고민하는 열정을 배운" 시기였다고 한다

천운영은 소설을 쓰면서 매 순간마다 집중하는 '화두'가 있다.「바늘」의 미와 추, 「명랑」의 삶과 죽음, 그리고 요즘 고민까지. 지금 이 순간 끊임없이 생각하고 되씹다 보면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한다. 천운영의 소설들은 다르다. 그저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차이는 자못 의식적일 정도이다. 가령, 「바늘」의 주인공은 남자들 몸에 문신을 새기는 젊은 여자이고, 「숨」에는 마장동에서 소머리를 분해하는 일을 하는 남자가 등장하며, 「당신의 바다」는 곰장어를 구워 파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이밖에도 고물상(행복고물상), 유원지의 도깨비집 관리인(유령의 집), 건축공사장 노동자(등뼈) 등 천운영 소설의 주인공들은 최근 한국 소설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웠던 인물들이다. 그렇게 낯설고 독특한 이들의 세계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린다는 점 역시 천운영 소설의 특징이다. 직접 발품을 팔고 꼼꼼히 취재한 노력이 돋보이거니와, 그것은 이웃의 삶에 대한 작가의 애정어린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그려보았다.
물에 젖은 늙은 몸이 환하게 빛나는 순간을.
숲의 햇살과 함께 조각조각 부서지는 웃음소리를.

반의반의 반만큼의 상상을 더하여, 더 환한 풍경으로
여성의 목소리로 기록되는 다성多聲과 다감多感의 계보


여성의 원초적 생명력을 바탕으로 도발적인 서사와 관능적인 미학을 선보여온 소설가 천운영이 십 년 만의 다섯번째 소설집 『반에 반의 반』으로 독자 곁을 찾았다. 신동엽창작상, 올해의 예술가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이야기꾼으로서의 저력을 보여준 작가는 그동안 취재에 기반한 생생한 장면 구성과 허위를 부수는 담대한 묘사, 터부에 홀연히 손을 뻗어 이야기 속으로 데려오는 과감함으로 한국문학에 전에 없던 궤적을 그려왔다.

『반에 반의 반』의 아홉 단편에서 들려오는 것은 세대도,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른 여성들의 목소리다. 다종다양한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연이 닿은 이들에게 무람없이 먹을 것과 잘 곳을 내어주는 다정함이 바로 그것이다. 본처 자식들에 의해 집에서 쫓겨난 둘째 시어머니를 다시 거둬들여 평생을 함께하는 며느리(「우니」 「내 다정한 젖꼭지」), 꽃놀이 가는 길에 만난 어린 오누이를 집에 들이고 아껴둔 이부자리를 건네는 할머니(「봄밤」). 가족을 넘어 더 많은 존재들의 생존 그 자체를 긍정하는 이 다감多感의 계보는 계속해서 아래로 아래로 이어져갈 듯하다.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이면이 있을까. 천운영은 ‘반에 반에 반’의 상상을 더하여 그 맹렬하게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보인다. 체신을 중요시하는 집안의 가장에게는 부끄러움을 잠시 내려놓고 어머니와 물장구치는 순간을 선사하고, 희생만 하는 것 같던 어머니에게는 꿈결 같았던 봄날의 한가운데, 사랑하는 이와의 한때를 회상하게 한다. 소설가 윤성희의 추천의 말처럼 이 환한 풍경은 문장을 넘어 목소리가 되고, 혀끝으로 느껴지며, 마침내 읽는 이의 온몸을 통과한다. 천운영의 천연덕스러운 솜씨로 버무려진 이 시대 여성들의 생생한 삶이 여기, 『반에 반의 반』에 펼쳐져 있다.

천운영의 소설은 눈으로 읽으면서 동시에 귀로 듣는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말맛을 느끼려면 읽는 것도 듣는 것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그저 마음을 열어놓고, 불어오는 바람과 흘러가는 구름을 느끼며 풍경 속에 자신을 가만히 두어야 한다. 그러다보면 이야기는 굽이굽이 흘러갈 것이다. 이야기는 휘어지고 휘어질 것이다. 이야기는 내 안에서 “할랑할랑 흔들면서, 어깨를 들썩들썩, 뻗었다가 흘렀다가 올랐다가 내렸다가” 춤을 추게 될 것이다. 심장이 얼쑤 하고 추임새를 넣는다. 추임새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면,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로 연결되고 삶은 다른 이의 삶으로 연결된다. 그 순간, 천운영 소설은 징해진다. 오메, 이토록 징한 삶이라니. 그 삶이 문장을 넘어서는 순간 천운영 소설은 읽으면서 동시에 듣게 된다. 눈으로 읽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맛보다…… 그러다 마침내 온몸으로 통과하는 소설이다. _윤성희(소설가)

전체 리뷰 (0)
최근 작성 순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