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잔혹한 속도를 누가 감당할 것인가
건달의 새로운 철학과 전형을 보여준 『건달바 지대평』
건달의, 건달에 의한, 건달을 위한 이야기
1997년 『작가세계』를 통해 건달의 삶과 철학을 녹여낸 단편 〈뿔〉로 등단한 구자명 작가가 그 후 25년에 걸쳐 쓴 건달 연작 6편을 묶은 『건달바 지대평』을 냈다. ‘건달바’는 향기만 먹고 살며 음악을 관장하는 천신으로, 우리말 ‘건달’의 어원이기도 하다.
아버지(구상 시인)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 유난히 예술가형 인간이 많은 환경에서 자랐다는 작가는 “그들이 자신의 예술에 골몰한 나머지 외양적으론 건달과도 같은 삶을 영위하는 경우를 흔히 접”했고, “그들과 비슷한 과(科)로 분류될 만한 철학자형 또는 종교가형 인간들을 근거리에서 살펴볼 기회 또한 적지 않았”는데, 어느 시점에 “별나다고만 생각했던 그들이 나와 별다른 존재가 아니며, 그들과 함께할 때 내가 가장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고는 건달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건달의, 건달에 의한, 건달을 위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