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시선의 구석과 그 구석 속 존재들을 밝히고, 그들에게 시의 자리를 내어주었던 이덕규가 네번째 시집을 세상에 내보인다. 문학동네시인선 189번 『오직 사람 아닌 것』이다. 그 스스로 자임하듯 시인은 “캄캄한 흙속에서 사람이라는 종자로 싹을 틔운 최초의 기쁨”(「농부」)으로서, 자연의 이야기를 시로 풀어낸다. 자연은 사람이 태어난 장소이자, 지금은 멀리 떠나온 집이다. 사람이 떠난 빈집은 일견 황폐하고 허름해 보이지만, 그 속은 오히려 사람 아닌 것들이 왕성히 움직이는 터전이 되었다. 자연을 잊고 인위의 논리를 내세우다 오히려 병들어가는 사람에게는 보란듯이, 밀려난 생명들이 찬란한 활기를 뽐낸다. 이덕규는 이들 ‘오직 사람 아닌 것’이 사람보다 앞서 걸으며 선보이는 아름다운 선례를 ‘농부’이기에 가능한 세밀화로 포착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