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세계였으니, 나도 너에게 세계를 줄 거야.“
- 끝내 살아남을 사랑의 기록
아득하게 먼 우주의 끝, 그곳에서부터 소행성 하나가 날아오고 있다. 지름은 800미터 남짓으로 충돌 시 문명의 대부분을 파괴할 규모다. 우주공학의 최정상에 선 기관이자 우수한 아이들을 선택해 연구원으로 육성하는 학교인 ‘제네시스’에선 소행성 궤도를 바꿔 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제네시스의 아이들에겐 부모도, 후견인도 없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사랑할 대상도 믿고 의지할 대상도 오직 울타리 안에서 찾아야만 하는 아이들이다. 이들은 예정된 재앙으로부터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소중한 사람을, 또는 소중한 사람이 지키고자 했던 한 세계를.
그리고 어느 토요일, 제네시스 항공기계정비반의 ‘유리아’는 단독 출장을 가 있던 달에서 지구가 검은 구름으로 뒤덮이는 순간을 목도한다. 더 이상 푸르지 않은 지구를 지켜보며 달에서 버틴 지 어느덧 6개월. 반파된 지구에서 누군가가 리아에게 편지를 쓴다.
“당신을 데리러 가겠습니다. 당신은, 유리아 씨는, 제네시스가 온 힘을 다해 살리려고 한 사람이니까요.”
종말의 비망록인 듯한 이 소설은 ‘기적의 비화’에 더 가깝다.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마음’을 놓지 않은 사람들의 궤도가 중첩되었기에 가능했던 기적이었다. 개개인의 사랑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더라도, 사랑이 모여 이루어낸 기적은 어떤 식으로든 기록되기 마련임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소설에는 달의 뒷면처럼 영영 감춰질 뻔했던 ‘궤도 밖 아이들’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기록되었다. 풍화침식이 없는 달 위에 새겨져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리아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지구가 반파되는 비극을 목도하면서도 사랑과 연대를 읽어낼 수 있다. 단 한 사람의 무사함이지만, 그 한 사람은 누군가의 세계였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