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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모였다고 하지만 내가 없잖아
글쓴이
허주영 저
출판사
민음사
출판일
2023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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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허주영

1990년 서울 출생. 2019년 《시인수첩》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집 『다들 모였다고 하지만 내가 없잖아』(2023, 민음사), 에세이집 『계집애 던지기』(2020, 시소문고)가 있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2019년 《시인수첩》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허주영의 첫 시집 『다들 모였다고 하지만 내가 없잖아』가 민음의 시 314번으로 출간되었다. 허주영 시의 화자들은 원하는 대로 몸을 바꾸거나 원하는 대상과 자유자재로 소통할 수 있는, 변신이 가능하고 언어를 초월한 존재인 것처럼 보인다. ‘나’는 열다섯 소녀일 때도 있고, 소녀였던 적이 없는 누군가일 때도 있다. 동시에 소년이었던 적이 있다고 말하고, 곧바로 그 일이 가짜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듯 허주영의 ‘나’는 자기 자신으로 우글거리지만 동시에 텅 비어 있는 존재다. 비어 있어 변할 수 있고 비어 있어 채워질 수 있는. 허주영의 화자들은 여러 개의 ‘나’를 내세우며 친구들이 모이는 공터로 나간다.

허주영의 투명하고도 알록달록한 화자들은, 어느 공터에서 모두가 모이길 기다린다. “새로운 친구를 맞이할 채비”를 하는 것이다. 마침내 “다들 모였”을 때, ‘나’와 친구들이 하는 놀이는 ‘나’의 존재만큼 다양하다. 서로 주고받아야 하는 공놀이일 때도 있고, 서로를 찾아야 하는 숨바꼭질일 때도 있다. 다만 어떠한 게임을 하더라도 그들은, 우리는, 결국 서로의 존재를 끊임없이 인식하는 시간 속에 있다. 공을 던지는 손을, 꼭꼭 숨어 버린 머리칼을 바라보고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시집 『다들 모였다고 하지만 내가 없잖아』를 읽는 동안 우리는, 공터 같기도 하고 내면 같기도 한 시 속에서 ‘진짜 나’의 조각에 눈을 뗄 수 없는 공놀이를, 혹은 ‘진짜 나’를 숨기고 싶은 숨바꼭질을 이어 간다.

이 헛헛하고 시끌벅적한 공터에 늦은 오후의 햇살이 비출 때, 그들은 잠시 멈춰 텅 빈 채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내’가 없어도, 혹은 ‘내’가 여럿이어도 가능했던 ‘우리’의 시간, 놀이의 시간을 말이다. 다가가고 알아보고 만져지고 침입당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잠깐 친구가 되었던 시간. 다른 날 공터 아닌 다른 곳에서 마주치면 또 다른 ‘나’로 변할 것이기에 공터에서의 ‘나’를 알은척하는 누군가를 경계하거나 의심할지도 모르지만, 결국 또 한 번 용기를 내어 서로에게 진입할 것이다. 허주영의 시집을 읽으며 그 시간을 함께 통과한 독자 역시, 저마다 가장 나다운 여백을 둔 채로 “아름답게 비어 있”어, 그 텅 빈 공간을 활짝 열고 언제든 “서로를 알아” 갈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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