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데이비스의 짧은 ‘이야기들’은 지성과 철학, 웃음을 발산하도록 정밀하게 짜이고 준비된, 빈틈없이 유기적인 구조, 기지 넘치는 장치들이다. 그들은 생각의 우주를 찬미하는 동시에 형식을 재정의한다.
- 알리 스미스(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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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운다.
머리가 심장을 도우려 애쓴다.
머리가 심장에게 상황을, 다시,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기 마련이야. 모두 사라지는 거야. 하지만 지구도, 언젠가는, 사라져.
그러자 심장은 조금 괜찮아진다.
그러나 머리의 말은 심장의 귀에 오래 남지 않는다.
심장은 이 일이 너무 낯설다.
그들을 되찾고 싶어, 심장이 말한다.
심장에게는 머리밖에 없다.
도와줘, 머리. 심장을 도와줘.
― 리디아 데이비스, 「머리, 심장」
10행에 불과한 이 작품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시? 에세이? 단편소설? 또는 … ? 리디아 데이비스는 자신의 글들을 그냥 ‘이야기’로 불러주길 바란다. 자신에게 단편소설이란 “체호프나 플래너리 오코너, 모파상이나 앨리스 먼로 풍으로 대화와 인물, 배경 등을 갖추고 전개되는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가리키는 단어인데, ‘단편소설(short story)’에서 ‘short’을 떼어내고 남은 ‘이야기(story)’라는 단어로써 일반적인 단편소설의 형식을 비껴가는 더 짧고, 더 기이한 형식들을 두루 포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그의 대담한 형식들은 기존의 형식에 대한 도전이나 저항이라기보다 넉넉한 포용과 유연한 확장에 가깝다.
이 책에 실린 글들만 살펴봐도 산문시, 독백, 항의 편지, 에세이, 우화, 연구 보고서(「보고 싶다」, 「헬렌과 바이」), 질문을 가린 문답(「배심원 의무」), (딸꾹질하는) 구술 기록, 팬픽션(「카프카, 저녁을 요리하다」는 카프카의 『밀레나에게 쓴 편지』의 구절들을 모아 가상의 인물 카프카를 탄생시켰으므로 팬픽션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미스터리한 프랑스어 수업(「프랑스어 수업 1), 어색한 번역 투로 쓴 마리 퀴리 약전(「마리 퀴리: 너무나 고결한 여인」), 문법 질문, 그리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단편소설까지 실로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