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시인은 첫 산문집(『노동과 예술』)에서 바흐, 베토벤, 하이든, 쇼팽, 모차르트, 글렌 굴드, 하이페츠, 비발디, 오펜바흐, 브루크너 등의 음악가는 물론 연주곡, 악기, 음반, 오디오 등의 음악 전반을 독특하게 소개하고 있다.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에 산업현장의 기계에서 들리는 소리까지 음악으로 듣는 관심과 체험을 결합시켜 남다른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래 전에 대전의 삼양프라스틱 공장에 새로 제작한 집진기를 설치하기 위해 기존의 집진기를 철거하는 과정에서의 경험이다. 집진기의 덕트는 공장 안을 한 바퀴 돈 다음 공장의 먼지를 흡입하여 밖으로 멀리 내버리는 구조인데, 공장 안과 밖에서 동시에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공장 밖의 닥트의 길이가 아마 40미터쯤은 되는 것이었는데, 저쪽에서 산소로 절단을 하고 나는 이쪽에서 절단을 하고 있었다. 나는 동작이 좀 느린 편인데 벌써 작업을 시작한 저쪽에서 덕트를 자르는 소리가 아주 부드럽고 광대역한 저음이 되어 나오고 있었다. 아마 그때 들었던 소리는 그 어디에서도 어떤 악기로도 만들어낼 수가 없을 것이다. 파이프 오르간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다. 심지어는 사람들의 숨소리까지 말소리까지 아주 선명하게 들려왔다. 나는 그때 숙연해졌는데, 사물이 지니는 물리적인 이치랄까? 그런 경이로움은 나를 고독하게 만든다. 그 소리의 음원은 아마도 산소 절단기에서 고압으로 뿜어져 나와 덕트 안에 담긴 공기를 가로지르는 그것과 절단되고 있는 두께 2. 3밀리의 철판일 것이다.
―「산업현장의 예술 작품들」 중에서
뿐만 아니라 시인은 음악을 비롯한 예술을 자본주의의 산물로 간주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시인은 자본주의가 자연과 노동을 극단적으로 착취하고 있기에 인류의 미래 사회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전면적인 세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즉 예술이 자연과 노동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시인의 주장이 다소 일방적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예술이 점점 본질을 버리고 돈을 벌거나 명예를 얻거나 권력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타락하고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