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성 관념을 뒤엎는 발랄한 전복부터
관계의 이면을 섬세히 더듬는 은밀한 손길까지
이미 익숙해진 것을 다른 눈으로 보게 할 감성의 조각들
박애진의 작품집 『원초적 본능 feat. 미소년』은 멀게는 1999년부터 가까이는 2012년까지 쓰인 작가의 단편 중 보편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남과 여, 사람과 사랑을 다룬 이야기들을 엮은 작품집이다. 작품집 초반은 어른들만 마시는 커피의 비밀, 여인들만 살아서 때가 되면 소년들이 차원을 건너 나타나는 마을,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 자라는 보석 인형, 둘이 아니라 셋이서 아이를 낳는 사회 등 현실과 다른 법칙으로 돌아가는 세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이 어른이 되기 위해 치르는 대가, 아픔과 상실을 다른 세상에 빗대어 끄집어내는 아름답고 보석 같은 작품들이다. 작품집 후반 또한 안드로이드나 외계인이 연인으로 등장하거나 달이 배경인 이야기도 있지만, 외연을 벗기고 보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일의 아픈 이면들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들이다.
사람에 지치고 사랑에 아프고 남들과 다르단 느낌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박애진의 작품집은 어쩌면 가장 아픈 곳을 들추고 드러내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작품집을 읽고 그 안의 인물들과 함께하고 덮는 순간 드러냈기에 치유되는 경험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