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이동경로, 김화진

김화진의 소설은 섬세하고 다정하다. 최은영을 좋아하는데 비슷한 느낌을 준다. 편하게 읽히지만 마음을 건드리고 마음을 울린다. 관계와 마음, 사랑과 미움, 마음의 이동경로를 따라가다보면 결국 울고만다.

타인의 마음에 이해하고 헤아린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알아차리게 된다고 해도 그것을 맞춰나가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고.
어려워서 자꾸만 무섭고 그래서 물러서고 그저 괜찮다고 다독이게 된다.

_ 관계에도 단계가 있어서 깊어지는 시기와 멀어지는 시기가 있다고, 그 사실을 충분히 받아들였다고, 멀어지면 멀어질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게 믿었는데 또다시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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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의 이야기를 읽을 땐 안 그랬는데 솔아의 이야기는 나를 슬프게 했다.

우리가 아무 사이도 아니게 되는 일은 너무나 쉽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숨어버리면 그렇게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말하지 않고 숨어버리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므로 관계는 그렇게 멀어지고 잊혀지는지도 모르겠다.

_ 나는 언제나 사랑이 어려웠다.

_ 그 사람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왜 이렇게 그 사람의 약점을 건드리고 싶은 마음 가까이에 있나. 나 자신이 너무 비열해서 허무했다.

사랑하는 주희가 망가져가는 동안 옆에서 돌보면서도 자신의 몫을 생색내고 싶어하기도 한다. 사랑이 어려워 열심이었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까봐 두려우면서도 약점을 건드리고 싶은 비열한 마음이 가까이에 있다.
아름답고 멋진 것만이 마음이 아니라 모나고 부끄러운 마음들도 있다. 상처주고 상처받고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관계. 마음의 이동경로가 눈이 보인다면 달랐을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못생긴 마음을 숨기느라 너덜너덜해지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독이고 곁에 있어주고 헤아리려는 노력을 하고 못생긴 마음도 괜찮다고 있는 그대로 봐주는 그런 사람. 내가 그러질 못하니 그런 사람을 만날 수가 없겠지.

_ 솔아가 나를 생걱하지 않을 때에도 솔아를 생각했다. 우리는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과 그 마음에 가장 열렬힌 시기에도 시차가 있다. 늘 같지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혼자인 것 같고 외로워지고. p.202

마음이라는 건 제대로 들여다보기가 어렵고 마음이 어떻게 흐르는지, 어떻게 가닿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렇게 외로웠나보다.

공룡의 이동 경로

김화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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