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지은호의 글은 어느 장소, 어느 시간에 적으려 해도 필연적으로 피할 수 없는 분홍빛 색깔에 물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찾아 들어간 나즈막한 분위기의 고요한 책방에서 우연이 아닌 것처럼 지은호의 책을 집어들게 된다면, 아마 느끼게 될른지도 모른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나의 안에 안에 나의 색깔을 모두 버려두고 달려가는 것과 같다는 것을. 그래서 집어든 작가 지은호의 책을 펼치면은, 잊었던 기억의 색깔들을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영원히 살아야 할 생을 되감는 것처럼 사랑하고, 영원히 잊을 것처럼 떠올리고, 다시는 하지 않을 것처럼 했던 사랑에 잡힌 채로, 다시, 다시 하루로 되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