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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그리는 무늬
글쓴이
최진석 저
출판사
소나무
출판일
2023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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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최진석

실존적 주체성과 추상의 사유를 역설해 온 철학자이자 실천적 지식인.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이다. 전남 신안 장병도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함평에서 보냈다.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동양철학 석사학위를,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당대(唐代) 성현영(成玄英)의 중현(重玄) 사상을 바탕으로 장자 철학을 연구하여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부터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노장(老莊) 철학의 지평을 넓혔다. 2015년 독립 전인교육기관 <건명원(建明苑)>의 초대원장을 역임했으며, 2018년 시대적 소명에 응답하고자 대학 강단을 떠나 사회적 실천의 길로 들어섰다.

2020년 사단법인 <새말새몸짓>을 출범하고 함평에 기본학교를 건립하여 청년들의 사유 근육을 단련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 학자로서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대한민국 사회의 질적 도약을 위해 사회적 실천가로서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현재 강연과 유튜브 <최진석의 새말새몸짓>, 활발한 저술로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책 소개

분야인문
지식은 우리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는가

인간의 삶이란, 지식을 증가시키고 경험의 폭을 늘려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데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우리는 더 행복해졌는가? 더 자유로워졌는가? 더 유연해졌는가? 눈매가 더 그윽해졌는가? 상상력과 창의성도 더불어 늘어났는가? 이런 질문들에 “예”라고 답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지식과 경험이란 게 우리에게 무엇일까? 지식을 쌓은 것이 정말 우리에게 좋은 일일까? 지식을 손 안에 놓고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지배를 받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의구심들은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근본적 질문에 닿아 있다.

지식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소들을 우리는 ‘개념’이라 부른다. 개념(槪念)의 ‘개(槪)’라는 글자를 보자. 쌀가게에서 쌀 한 되를 살 때, 우선 됫박에 쌀을 수북이 담는다. 그리고 정확히 한 되가 되도록 싹 깎아 낼 때 쓰는 도구를 평미레라고 하는데, 이것을 한자로 ‘개(槪)’라고 쓴다. 곧, 공통의 틀 속에 들어가지 않는 여분의 것이나 사적인 것 또는 특수한 것은 제외하고, 공통의 것이나 일반적인 것만을 생각의 형태로 저장한 것, 이것이 바로 개념이다. 따라서 개념은 출발부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식은 이 세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어떤 특정 유형을 잠시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스스로 ‘개념’에 굴복 당한 사람들은 내가 ‘바라는 일’ 대신에 ‘바람직한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일’ 대신에 ‘해야 할 일’을, 내가 ‘좋아하는 일’ 대신에 ‘좋은 일’을 하는 데 애쓴다. 자기 욕망을 대면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과 이념에 이끌리는 사람은 사명감에 쉽게 포박 당한다. 이를테면, 한국 사회를 위해 공부하고 일하겠다는 따위가 그렇다. 그 무거운 사명은 누가 준 것인가? 이념과 신념이 만든 ‘우리’는 ‘나’를 가두는 감옥이다.

여러분은 바람직한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아니면 바라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여러분은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여러분은 좋은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아니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인문적 통찰은 우리 앞에 등장하는 사태나 사건을 인간이 그리는 무늬 위에다 올려놓고 볼 수 있는 능력이다. 보고 싶은 대로 보거나 봐야 하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이다. 그 값진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냉철한 이성, 체계에 대한 습득, 본질에 대한 숭배, 정치적 계산, 이념에 대한 철저한 수행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최진석 교수는 묻는다. “지금, 자신만의 무늬를 그리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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