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한결같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죽음 같다. 산을 오른다고 상상하지만 사실은 꾸준히 산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산을 오르는 만큼 삶은 내 밑으로 떠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본문에서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호이자 전 세계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에 심오한 영향을 끼쳐 온 작가 레프 톨스토이의 중편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거대한 영지를 소유한 지주, 빈농을 구제하기 위해 모든 재산을 내놓은 자선가, 환락에 취한 탕자, 심오한 진리를 탐구한 구도자 등 서로 상반되는, 심지어 모순되는 여러 면면을 지닌 톨스토이의 삶은 그 누구보다 다사다난했고, 또 그만큼 충만했다. 이토록 굴곡진 그의 인생에서도 특히 결정적 사건이 있었으니, 이른바 1869년 아르자마스 여관에서 맞닥뜨린 임사 체험이다. 일찍이 그는 이전부터 형제와 친지의 연이은 사망(맏형의 죽음 탓에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크림 전쟁 당시에 목격한 숱한 죽음으로 인해 ‘생사(生死)’의 문제에 골몰해 있었다. 그러던 중 진정한 의미의 죽음, 즉 ‘나 자신의 죽음’을 경험한 톨스토이는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삶과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이 시기를 전후해 완전히 변모한다.
톨스토이는 1878년 걸작 『안나 카레니나』를 발표한 뒤 무려 십 년 가까이 문학적 침묵에 돌입하고, 1882년 참회록 『고백』을 통해 회심을 선언하며 ‘죽음에 의해서도 파괴되지 않는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 본격적으로 진리를 궁구하기에 이른다. 마침 툴라 지방 재판소의 배심원을 맡고 있던 톨스토이는 어느 검사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접하게 되고, 이 사건에 착안해 비로소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해 내는데, 바로 그의 사상적 결실과 인생관이 집약되어 있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다.
역사상 수많은 작품들이 죽음을 주제로 다뤄 왔지만, 『이반 일리치의 죽음』만큼 ‘죽어 감’이라는 과정 자체를 핍진하게 그려 낸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임종 순간에 밀려드는 허무의 어둠과 단말마 이후의 찬란한 평온, 망자를 에워싼 산 자들의 안일한 무관심을 이다지도 진실하게 포착해 낸 소설은 지극히 드물다. 어쩌면 그런 까닭에,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매 순간 새롭게 읽히고 또 다른 경이를 가져다주며, 늘 시대에 걸맞은 모습으로 끊임없이 재탄생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