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이 화제다. 복종하며 굴종의 삶을 살 것인가, 저항하며 실존의 자리를 찾을 것인가. 이연초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보스니아 레드』(문학들 刊)의 문제의식도 다르지 않다. ‘아무도 아닌 자(Nobody)’, 살아 있으나 실존의 자리를 잃어버린 자들의 이야기 속에 1980년 5월을 비롯한 우리 역사의 아픈 상처가 얼룩져 있다.
한 번도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어 본 적 없는 전작의 주인공들(「하이드비하인드」, 『그 여자, 진선미』)이 두 번째 소설집 『보스니아 레드』(문학들 刊)의 「바틀비 k」로 되돌아온다. 화자가 출판사에 연락해 자신의 책을 절판시키고, 회수하고, 불태우는 행위는 일종의 속죄 의례다. “어떤 존재를 도구적으로 이용한 폭력의 자각”과 ‘아무도 아닌 자’들의 희생을 통해 자신의 생존을 도모했다는 뒤늦은 깨달음 때문이다.
작가는 5년 전 소설에서 불행하거나 죽어야 했던 인물들을 호명해 누군가를 살리려 한다. “패배할 수밖에 없는” 글쓰기의 저주에서 탈출하여 굴종이 아닌 실존의 삶을 탐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