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경의 소설집 『미나카이 백화점이 있던 자리』는 기본적으로 회고의 시점이지만 한국 근대소설을 중심에 놓고 논의된 식민지 시대 도시문화사, 여성주의 등에 관한 근래의 담론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역력하다. 그만큼 성실한 취재와 조사, 고민이 수반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설이란 무엇이고 또한 어떻게 써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관한 집요한 물음과 탐구의 자세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터다.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 담론에 편승한 클리셰적 결말이나 구태의연한 선형적(linear) 플롯으로 수렴되지도 않는다. 과거 문화적 유행이나 풍속에 대한 향수 어린 재현이나 굴곡진 현대사에 관한 그렇고 그런 알레고리 역시 찾아볼 수 없다. 회고 및 자전적 형식임에도 오히려 과거와 현재, 소설과 현실, 소설과 소설 간 경계를 부단히 교란하는 서술 방식과 구성을 취하고 있다. 작가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고백하는 과정에서 소설에 관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본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