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화폐, 바퀴의 발명 등은 인류 문명의 양상을 대단히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인터넷과 그에 따른 사이버 공간의 탄생은 마치 상상 속에서만 꿈꾸던 4차원의 세계가 인류에게 펼쳐진 것처럼 인간 생태의 양상을 급속하게 그리고 본질적으로 변화시켰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관계의 양상변화는 이전의 불이나 화폐 그리고 바퀴의 시작처럼 그에 따른 어두운 측면들도 함께 가져다주었는데 이 책은 사이버세상에서 어떻게 우리가 심리적 균형과 유연성을 지키며 경직되고 극단적인 양상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져준다.
보통 이민 1세대 가족들은 육체노동을 중심으로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며 새로운 세상에 정착했다. 2세대는 의식주와 관련한 직업을 중심으로 부를 축적해 갔다. 우리 한인들이 미국에서 세탁소, 슈퍼마켓, 음식점들을 했던 것과 유사할 것이다. 3세대 정도 되면 전문직 종사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의사, 변호사 등 부의 안정적인 축적과 사회적 존경을 받는 직업을 탐색하게 된다. 4세대에 오면 예술가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부모세대의 안정적 부를 기반으로 잉여시간과 잉여재화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예술적 창의적 자아를 실현해 나가기 시작한다. BTS나 최고의 영화, 손흥민을 배출한 우리사회는 아마 4세대 언저리에 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성장의 양상은 항상 모두에게 성공적일 수 없기에 그에 따른 그늘을 만들어 내는데, 1세대는 2세대에게 거친 상호작용과 절제되지 못한 의사소통, 감정표현 등을 통해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 등과 같은 보다 원초적인 정신장애를 촉발시키고, 2세대는 3세대에게 부모세대로부터 받은 강렬한 의사소통 양상에 더해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필요를 포함시켜 전달하여 결과적으로는 우울이나 불안, 그리고 강박을 경험하게 만들기도 한다. 3세대는 4세대에게 현실과 이상의 크나큰 괴리를 경험하게 하는데, 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세대만큼 잘 살 수도,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도 없다는 깊은 좌절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자아상의 경계가 과도하게 확장되거나 축소되게 만들어 놓기도 한다. 그래서 쉽게 트라우마에 노출되고 중독에 빠져드는 세대가 양산되는 것이다.
사이버공간은 그것 자체로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지만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세대의 취약성과 맞물리면 어두움과 고통이 스며 나오는 공간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피할 수 없는 변화라면 무엇보다도 잘 준비하여 잘 맞이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 책 사이버심리는 이 분야의 탁월한 저자들이 최신의 연구들을 엮어 펼쳐낸 우수한 내용의 책이다. 번역진으로 참여한 교수님들의 면면도 우리시대의 사이버심리학 분야를 앞서서 전문적으로 관여하며 다양한 측면의 통찰을 확장시켜 오신 분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의 특수성을 제대로 녹여 낸 최초의 전문 서적이라고 역자대표는 확신한다. 우리나라 사회문화와 경제적 측면이 점점 더 그 구성원들로 하여금 유약한 자아경계를 가지게 하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분별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타인의 이야기들로 욕망을 부추기는 시점에 이 책 사이버심리는 반드시 사전에 맞아 두어야만 하는 백신과도 같은 책일 것이다.
출판에 도움을 주신 박영스토리 출판부와 대표님께 감사드리고 아무쪼록 이 책이 독자 여러분들에게 배움의 기쁨과 성장을 경험하게 하고 더욱 균형 있고 건강한 사이버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잘 감당하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