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이긴자의 기록이다. 필자가 즐겨 쓰는 말이다. 비열한 방법으로 정권을 잡고 나서 자신의 행동을 미화하기 위해 왜곡된 기록을 남긴 권력자와 당파도 있을 것이고, 비정상적인 수단으로 왕위를 찬탈하고 난 뒤에 자신의 즉위를 정당화할 목적으로 역사를 왜곡한 왕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이긴자들의 기록 중에서도 으뜸을 들라고 하면 아마 조선 건국에 얽힌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하나의 왕조가 무너지고 새로운 왕조가 들어선 것이라 시시하게 한 개인이나 당파가 남긴 이긴자의 기록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통일 신라 이전의 삼국 시대의 분열과 고려 이전의 후삼국 시대의 분열을 조선은 겪지 않았다. 통일 신라와 고려는 분열된 나라를 통일 한다는 대의명분이 있었지만 조선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엄연히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나라를 그 나라의 일부 사람들이 무너뜨린 것이다.
따라서 무너뜨린 자의 입장에서는 고려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고 비정상적인 나라였기 때문에 부득이 새로운 나라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왜곡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더구나 우리가 알고 있는 고려의 역사는 고려를 무너뜨린 사람들이 써 놓은 것이다. 결국 이긴자의 관점대로 쓰여 있다는 의미이다.
조선건국사는 바꾸어 말하면 고려 멸망사가 된다.
삼국시대나 후삼국시대와 같은 분열기가 없이
바로 망국과 개국으로 이어지는 역사이다.
분열된 나라들끼리 필연적으로 벌이게 되어 있는 전쟁을 겪지 않았으니.
백성들은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피를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범적인 건국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피를 흘리지 않았을 뿐 무너뜨리려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들 사이에 치열한 암수 싸움이 벌어졌고,
결국에는 무너뜨리려는 자들이 목적을 이루어 냈다.
거기에 얽히고설킨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