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츠키는 혁명과 정치의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반짝이는 혜성 같은 삶을 살았다. 레닌과 더불어 러시아혁명의 주역이었던 트로츠키는 혁명의 대의에 무한한 열정을 품고 헌신한 바위처럼 단단한 신념의 행동가였다. 그는 사회주의 혁명 운동 사상 가장 탁월한 선동가이자 연설가였으며, 적군(赤軍)의 창설자로서 10월혁명과 러시아 내전을 승리로 이끈 군사 전략가였다. 그는 연속 혁명론과 세계 혁명론을 세운 독창적 이론가였고, 문학적 감수성과 뛰어난 필력을 지닌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트로츠키란 이름 뒤에는 수많은 찬사와 함께 그칠 줄 모르는 논쟁이 따라붙는다. 공산주의 이상사회에 대한 신념을 한순간도 저버리지 않은 순결한 혁명가란 평가와 폭압적 국가 테러의 토대를 만든 편협하고 경직된 이념가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트로츠키는 포기를 모르는 혁명적 낙관주의자인가, 비현실적 이념 세계를 질주한 독단주의자인가?
레닌, 스탈린 전기에 이어 러시아 혁명가 3부작의 마지막 인물로 트로츠키를 선택한 로버트 서비스는 방대한 분량의 1차 사료를 바탕으로 삼아, 러시아 혁명사에 대한 대가의 통찰력을 발휘해 인간 트로츠키의 전체 모습을 되살려냈다. 이 책은 지구상의 거의 모든 트로츠키 관련 자료를 샅샅이 조사해 완성한 입체적이고 총체적인 트로츠키 전기의 결정판이다.
서비스는 수많은 논쟁점으로 가득한 트로츠키의 복잡한 인격을 낱낱이 해부하여, 드러난 면과 감춰진 면, 밝은 면과 어두운 면, 장점과 약점을 가감 없이 냉정하게 드러낸다. 그리하여 스탈린의 야만적 폭력에 희생당한 혁명의 순교자이자 인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옹호한 헌신적 휴머니스트로 통해 온 트로츠키의 이상화된 이미지와 정면 대결해 복잡하고 모순에 찬 인간으로 트로츠키의 얼굴을 다시 그려낸다. 혁명의 제단에 높이 모셔져 있던 ‘공산주의 성인’ 트로츠키는 서비스의 지적 노동을 통해 유리관 속에서 일어나 현실의 무대로 걸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