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애인 마레끼아레』는 희곡 작가로 살아온 안종관의 첫 장편소설이다. 1981년 무대에 올린 연극 「나의 선녀 마레끼아레」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마레끼아레는 자동차 부속품을 생산하는 미국 회사의 한 장짜리 광고용 달력 사진 속의 여배우로서, ‘나’에게 처음으로 여자의 아름다운 육체가 어떠한 것인가 알게 해준 미인이다. 그러나 작품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아버지의 가게에 빌붙어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년인데, 초라한 외모와 사회적 부적응 때문에 심한 열등감에 빠져 있다. 한편으로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받고 싶은 욕망도 강하지만, 그럴수록 절망과 자기비하에 시달린다. “나는 완벽하게 세상으로부터 거세당했다. 현실은 밖으로 나서려는 나를 받아주지 않았고, 다시는 나오지 못하도록 캄캄한 내 내부의 어둠 속에다 나를 가두어버렸다.”(23쪽) 이런 자의식에 빠져 사회적 낙오자가 되어 있다.
욕망과 현실 간의 이 도저한 화해 불능으로부터 탈출하는 유일한 길은 현실을 벗어난 환상세계에서 자기만의 왕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레끼아레가 바로 그 왕국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 꿈 같은 행복에는 그러나 조건이 있다. 바로 단둘만 있는 한밤중에만 나올 수 있고 방 밖으로는 나갈 수 없으며 ‘나’ 이외의 타인들 앞에도 나설 수 없다는 것. 이 조건이 지켜지는 금단의 공간 안에서만 완벽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나’ 혼자만의 외딴 방에서 환상의 왕이 된다.
여기까지가 작품의 제시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과정에서 ‘나’의 성적 욕망이 화려하게 충족되는 동안에도 그 제동장치로서의 금기가 가차 없이 동반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소설 안에서도 주인공의 어린 시절 회상이나 화자의 직접 설명을 통해 ‘금기 설화’를 풀이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방치했던 작품을 되살리는 과정에서도 다름 아닌 금기 설화의 틀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금기 설화는 이 소설을 제대로 읽기 위한 핵심 열쇠라 할 수 있다.
이 소설 안에 소개된 것은 일본의 극작가 기노시다 준지(木下順二, 1914~2006)의 희곡 「석학(夕鶴)」의 이야기다. 가난한 홀아비 농부가 어느 날 밭에 나갔다가 화살에 맞아 퍼덕거리는 학을 데리고 집에 와서 정성껏 치료해준다. 학은 여인으로 변해서 농부의 아내가 되고 예쁘게 베를 짜서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아내는 농부에게 베 짜는 걸 절대 엿보아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농부는 끝내 아내를 훔쳐보고 그리하여 농부의 가정은 파탄에 이른다. 그렇다면 무엇에 이끌려 농부는 불행을 자초하게 되었는가. 대강의 줄거리만으로 정확한 판단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작가가 헛된 욕심이나 단순한 궁금증 이상의 복잡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작품 「석학」의 배경으로 설정하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이다. 어쨌든 금기의 위반은 위반자에게 치명적 결과를 가져온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