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툰으로 유명한 홍승우 작가님께서 이번엔 더 리얼한 비빔툰 이야기를 들고 오셨습니다. 어쩌다 80대 노부모를 모시고 살게 된 50대 가장의 이야기를 담아낸 신간, OLD 올드가 그것입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각색되지 않은 실제 작가님의 가족입니다. 아내와 자식들이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며 저자는 본의 아니게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게 되었고, 겸사겸사 노부모를 모시고 살게 됩니다.

당뇨와 치매를 앓고 계신 노환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늙은 어머니, 이제는 본인도 가장이 되어버린 중년의 아들. 세 식구가 수십 년 만에 다시 우당탕 동거를 시작하게 되며 책의 줄거리가 전개됩니다.

처음엔 치매로 고통받는 노부를 모시는 아들의 간병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길 수록 그보다 더 깊고 넓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쟁을 겪은 세대가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IMF를 겪은 세대가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세대는 그 자리에서 또 한 발씩 더 늙어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동시에 그 이야기는 우리네 근현대사를 담아냅니다. 50이 넘은 아들이 부모와 말싸움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한심하게 보겠냐마는 여전히 두 세대는 서로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강을 끼고 공존하고 있습니다.

책은 두 세대 간의 문제에 현미경을 갖다 대고 확대해 갑니다. 어머니의 투자 실패로 인해 빚을 지게 된 가족, 준비 없이 청춘을 떠나보내고 하루하루 나이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중년의 남성, 당뇨, 치매, 직장, 가사 등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하기엔 하루가 너무도 빠듯한 고된 개인의 삶이 펼쳐집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요. 이 책에 담긴 평범한 가족은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희극도 되었다가 비극도 되었다가 정신없는 아픔과 웃음이 반복되어 나타납니다. 예상치 못한 현재를 살게 되었고, 기대하지 않던 미래가 다가오고 있지만 가족은 함께 지금을 살아가기로 합니다.

돌아보면 어려운 일투성이였고 앞으로 다가올 순간들도 썩 이상적이진 않지만 함께 있음에 견딜 수 있었고, 견딜 수 있을 것입니다.

비빔툰이 그러했듯 OLD 올드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우리네 인생을 돌아보게 됩니다.

4050을 낀세대라고 합니다. 60대 이상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지만 2030과도 섞일 수 없는 어정쩡한 세대. 젊지도 않지만 늙지도 않은 그들은 혼란을 고백하지도 못한 채 우리 사회의 중심이 되어버렸습니다. 누가 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노인 세대를 부양하고, 아래 세대를 더 챙기며 살아가야 하는 참으로 고된 세대입니다.

세대, 가족, 가장, 나이먹음에 대해 깊은 통찰을 안겨 주는 참 고마운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홍승우 작가님의 책, OLD 올드를 통해 우리네 가정과 우리네 사회를 좀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어린 세대와 나이 든 세대가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었으면 하는 귀중한 책입니다. 만화를 통해 부담 없이 볼 수 있으니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자녀까지 삼대가 함께 읽고 이야기해 보세요. 서로에 관한 오해가 풀리고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아버지에게 OLD 올드를 추천해 드립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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