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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덩이와 밥상
글쓴이
천규석 저
출판사
창비
출판일
1995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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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천규석

일제 말에 태어난 내 유년의 기억에는 공출강요 차 나온 긴 칼 찬 왜 순사의 공포만 남았다. 청소년시절도 종주국이 바뀌는 8.15와 조국분단과 남북전쟁, 이승만의 영구집권과 4.19, 이를 전복한 1961년의 군사 쿠데타와 이 독재정권과 그들이 강행한 한일굴욕회담에 항거한 1964년의 3.24학생봉기 등의 얼룩진 우리 현대사 속에 묻혔다.

산업화군사독재에 불복종하는 농촌공동체재생운동(농민운동)을 핑계대고 1965년 학부졸업과 동시에 귀향했다. 사실은 민주화의 그날까지 서울에 남아 군사독재와 계속 싸우자던 친구들과의 감옥행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귀향과 농촌공동체재생운동이라고 만만할 리 없었다. 끝없는 이농과 메아리 없는 적막강산의 외로움과 허전함을 견디다 못해 한때 대학 강단 진출도 시도해 보았지만 오히려 공허감만 더해갔다.

다시 땅으로 돌아왔지만 내 삶의 동반자이자 가족공동체의 중심인 아내가 40대 초반의 이른 나이로 졸지에 돌아가는 날벼락을 맞는다. 기계와 고용노동으로 하는 지속 불가능한 산업농과 달리 자급적 소농은 마을이나 가족공동체의 지원 없이는 지속이 불가능하다. 50대 초반의 때늦은 나이에 자식들이 있는 대구에 나가 ‘도시에서 하는 농촌공동체재생운동-한살림’에 동참했다. 내 인생의 마지막 투신일 수밖에 없기에 혼신을 다했지만 먹고 사는 것 말고 소기의 꿈은 꿈으로 남긴 채 아쉬움과 후회만 안고 물러났다. 하긴 모든 공동체운동사는 실패와 재도전을 되풀이하는 꿈의 역사였다. 다시 작은 농장으로 귀향했지만 지금 내게 남은 것은 저 붉게 물들어가는 저녁노을이 서글픈 여생뿐이다.

농촌공동체재생운동은 성공 못했지만 이를 통해 얻은 가장 큰 보람은 고 김종철 선생이 1991년부터 2020년 타계 때까지 주관한 ≪녹색평론≫에 동참해 선생과 함께 사색한 농본사상이다. 덕택에 『돌아갈 때가 되면 돌아가는 것이 진보다』, 『소농 버리고 가는 진보는 십리도 못가 발병난다』 등 몇 권의 책을 남겼다.

책 소개

분야(미분류)
농촌 출신으로 오랫동안 농업에 종사하면서 농민운동, ‘한살림’운동에 관여해온 저자가 그동안 발표해온 글들을 모아 재구성한 것. 물량·성장 위주의 문화가 빚는 반생명적 현상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황폐해가는 농촌(땅)과 죽은(공해) 음식의 상황으로 우리 ‘밥상’ 현실을 진단하여 오늘의 농촌문제, 가치관의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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