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아이를 찾은 엄마 필로미나
입양된 순간부터 정체성을 잃은 채 살아간 아들 마이크
그들은 왜 그토록 오랫동안 생이별한 채 살아가야 했을까?
필로미나 리는 순진한 십 대 시절, 혼전 임신을 하였다. 로마 가톨릭이 지배하고 있는 아일랜드 사회에서 혼전 임신은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였기에, 그녀는 수녀원에 격리되어 예쁜 남자아이를 낳았다. 3년간 어린 앤터니를 키우며 수녀원의 세탁실에서 고되게 일하던 필로미나는 수천 명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노예에 가까운 처지에서 해방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기를 포기해야 했다.
1950년대 아일랜드에서 사생아를 낳은 수많은 어린 어머니들이 처했던 운명에 대한 이야기, 그 안에 숨겨진 가슴 아픈 진실이 수십 년간 아들을 찾기 위해 헤매는 필로미나를 통해 밝혀진다. 한편, 필로미나 못지않게 오랫동안 방황하며 살아야 했던 인물이 또 한 명 있다. 그녀의 아들 마이크다. 그는 권위적인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사랑받지 못하고 살았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게다가 성 정체성까지 남들과 달라 고통스러워한다. 2009년에 마틴은 이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책은 영국에서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아일랜드와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모자(母子) 관계였음에도 생이별한 채 살아간 필로미나와 마이크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 작품이 단지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성찰하게 된다. 작품은 사회·역사의 문제인 1920년대 아일랜드 노역 시설에서 벌어진 강제 입양을 표면적으로 고발한다. 아일랜드는 건국 초기 궁핍한 경제 상황에서 탈피하기 위해, 당시 미혼모들이 낳은 아이들을 세계 각국에 돈을 받고 수출했다. 아일랜드의 1만여 미혼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어디로 입양됐는지도 알지 못한 채, ‘아이를 평생 찾지 않는다.’는 각서에 사인을 하고 입양을 보내야 했다. 당시 미혼모들의 나이는 평균 23세였다. 14?15세의 소녀들도 수녀원, 세탁 공장 등 각종 교화 시설에 입소해 하루 12시간의 노동 후 한 시간 동안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필로미나의 기적-잃어버린 아이》의 필로미나와 마이크 모자는 이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일랜드 강제 입양 사건으로 인해 가슴 아픈 이별을 ‘당해야’ 했다.
마침내 지난해 2월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가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2013년 BBC에서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아직 아이를 찾지 못한 미혼모들이 용기를 얻어 아이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세상을 바꾼 책, 한 편의 영화가 이렇게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