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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론
글쓴이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저
출판사
아카넷
출판일
2024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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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기원전 106년 로마 남부 라티움의 아르피늄에서 태어났다. 문인이자 철학자이자 정치가이자 웅변가로 어느 학파에도 치우치지 않고 모든 학파에 거리를 유지하며 적절히 조율한 철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31세의 젊은 나이에 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했고, 5년 후에는 안찰관이 되었다. 그로부터 4년 후 법무관에 선출되었고, 3년 후에 로마 최고의 관직인 집정관에 오르면서 정치적으로도 최고의 명성을 얻었다. 원로원 중심의 공화체제를 옹호하며 카이사르의 독재정치에 반대하다 사유지가 있는 시골로 물러나 『노년에 관하여』를 집필한다. 기원전 44년에 카이사르가 암살됨에 따라 다시 정계로 복귀하지만 기원전 43년에 안토니우스가 보낸 병사들에 의해 카이에타에서 암살되고 이에 따라 로마 공화정도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저서로는 『의무론』, 『최고선악론』, 『우정에 관하여』, 『노년에 관하여』, 『수사학』, 『국가론』 등이 있다.

책 소개

분야인문
운명의 막강한 위력에 맞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옹호한
키케로의 철학적 회고록이자 고백록

“운명을 끌어들이지 않고도 모든 일이 자연이나 우연에 의해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면 우리에게 운명을 강요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운명론』 6절

로마 공화정 최후의 수호자인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기원전 106~기원전 43년)가 안토니우스 일파에 의해 처형당하기 1년 전에 쓴 『운명론(De Fato)』(기원전 44년)은 그의 또 다른 저작인 『신들의 본성에 관해(De Natura Deorum)』(기원전 45년), 『점술에 관해(De Divinatione)』(기원전 44년)와 더불어 ‘종교 3부작’이자 자연학의 명저로 꼽히는 작품이다. 높은 학문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키케로의 라틴어 원전을 우리말로 꾸준히 옮기는 작업을 해 오고 있는 정암학당 키케로 연구 번역팀에서 여덟 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으로, 우리말로는 처음 소개하는 것이다. 이로써 전체 열세 권으로 기획한 정암고전총서 키케로 전집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키케로는 사상적으로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면서도 모든 사건을 인과관계의 연쇄로 설명하는 스토아주의적 운명론에는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즉 자연과의 일치 속에서 운명에 따르는 삶을 강조한 많은 스토아주의자들과는 달리 키케로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윤리적 삶의 필수 요소로 보았다. 즉 인간사는 적어도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봄으로써 완고한 기계적 운명론을 거부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서양의 르네상스기에 주체로서의 인간을 강조하면서 중세의 암흑기를 넘어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 눈을 돌렸던 인문주의자들이 가장 많이 주목했던 인물 중 하나가 키케로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키케로의 이러한 생각은 로마 공화정 말기 정치적 격변기를 살면서 자신의 삶을 단순히 운명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순간마다 현실 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스스로 최선의 것이라 여기는 것을 선택한 그의 굴곡진 삶의 여정과도 오버랩된다. 『운명론』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반운명론자이자 회의주의자로서의 키케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부록에는 키케로의 『운명론』과 함께 읽으면 좋은, 여러 사람들의 단편들과 아프로디시아스의 알렉산드로스의 『운명론』도 수록되어 있다.

카이사르의 충복인 아울루스 히르티우스와 키케로의 대화로 시작하는 『운명론』은 히르티우스가 논제를 제안하고 키케로가 그것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는 식으로 쓰여 있다. 도입부에서는 히르티우스와 키케로가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주고받지만, 이후 전개부와 종결부에서는 키케로의 논변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온전한 의미의 대화편이 아니라 유사 대화편이라 할 수 있다. 총 48절로 이루어진 『운명론』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도입부(1~4절)에서는 히르티우스와 키케로가 대화를 나누고, 전개부(5~45절)에서는 ‘모든 일은 운명에 의해 일어난다’고 보는 스토아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해 키케로가 자연학과 논리학과 윤리학 세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종결부(46~48절)에서는 인간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원자의 경로 이탈론을 통해 원인 없는 운동을 주장한 에피쿠로스의 이론을 최종적으로 비판한다.

키케로는 점술을 신뢰하고 운명의 존재를 찬성하는 견해와 반대하는 견해 각각의 모순과 불합리를 드러냄으로써 모두 부정하는 방식으로 연설을 전개해 간다. 그는 우리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선택 능력을 가졌음을 지지하면서도 그것을 거부할 수 없는 불변의 진리로 단정하거나 증명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견해가 품고 있는 비진리의 측면을 드러내고 진리를 향한 여정을 이어간다. 그러기에 신과 운명의 필연적 지배를 전제로 인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도덕적 삶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견해에 대해서도, 원자의 경로 이탈이라는 검증 불가능한 가정에 의존해 인간 영혼의 자유를 잘못된 방식으로 구하고자 하는 이론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모든 견해를 가능한 한 진리의 재판정에 부치고자 한 키케로의 비판적 접근은 불변의 확실성을 가진 의견이란 있을 수 없음을 강조하는 회의주의 철학의 전형적 탐구 방식이다. 이는 그가 추종했던 신아카데미아학파의 열린 철학 정신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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