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기도의 장점은 바로 이 생각 벗어나는 관상기도에 아주 유용한 방편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묵주를 굴리며 정해진 기도 말을 외우는 그 자체가 관상은 아니겠습니다. 게다가 환희의 신비, 고난의 신비, 영광의 신비 등을 묵상하며 기도 하는 그 자체는 기술적으로 매우 훌륭한 묵상일지언정 관상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주를 굴리는 단순
반복의 행위는 기도할 때 집중력을 높여줍니다. 그리고 정해진 기도문을 반복해서 외우는 동안 생각은 평소의 분주함을 멈추고 일심(一心)으로 모입니다. 아무리 단순해도 기도문 그 자체는 또 하나의 생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념(一念)으로 만념(萬念)을 다스린다 했습니다. 가시는 가시로 뽑아내듯 평소 이리저리 날뛰는 만 갈래 생각을 하나로 오롯이 가닥을 잡게 하는 역할을 정해진 기도문이 하는 것입니다.
성공회식 묵주기도에는 고정된 틀이 없습니다. 다만 교회 공동체가 함께 모여 기도할 때는 몇 가지 약속된 틀을 정하는 게 필요하겠으나 단언컨대 “성공회 묵주기도는 이런 식으로만 해야 성공회 묵주다”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성공회 묵주 탄생의 핵심을 그르치는 주장입니다. 아침에 경건의 시간(QT)을 갖고 거기서 은혜 받은 구절을 하루 종일 그날의 묵주기도로 삼아도 좋고 아무래도 성모 신심이 부담스러운 분은 굳이 성모송을 하지 않아도 좋은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공회 묵주는 초교파적으로 사용해도 좋은 에큐메니칼 묵주입니다. 또 요즘 유행하는 향심기도에도 응용해서 짧은 기도 말을 묵주를 들고 천천히 굴리며 해도 좋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