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은 어떻게 사회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가
감성은 하나의 존재하는 현상이며 일상적으로 경험되는 실체다. 감성은 일상 문화 속의 ‘비-문자’ 언어다. 말하자면 감성은 언어라는 문화자본을 습득하지 않은 존재에게도(예컨대 아동), 그리고 그것을 능숙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이에게도(재현 능력), 또한 공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문화적 힘(문화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존재일지라도 언제나 일상에서 경험하고 인지하는 하나의 뚜렷한 의미-기호다. 그리고 그것은 공감 가능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이미 ‘사회화’되어 있으며, 경험적으로 축적되고 기록되어왔다는 점에서 ‘역사화된’ 산물이다. 또한 (무)의식적으로 표현되거나, 일부러 배제하고 통제하는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메타적 시선’의 성찰을 요청하고 있다.
『감성사회: 감성은 어떻게 문화동력이 되었나』는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HK사업단이 ‘감성과 공공성’이라는 리서치 워킹그룹을 만들어 3년간 연구한 결과물이다. 국문학, 역사학, 사회학, 커뮤니케이션학, 중국문학 등 서로 다른 연구의 이력과 관심도 저마다 다른 전공자들이 모여 연구하고 토론한 결론은, ‘감성’은 타고난 천성이나 기질이 아니라 문화와 교육을 통해 습득되는 하나의 ‘능력’이라는 점이다. 또한 감성을 ‘시각’으로 상정했을 때, 문화적으로 위계화된 사회와 주체의 의식과 무의식을 풍성하게 읽어낼 수 있는 성찰성이 확보된다는 점이다.
이번 책은 인류가 역사와 문화권에 따라 끊임없이 ‘감성을 통제’해왔음을 보여준다. 감성규율의 문화규칙과 정치학을 드러낸 것이다. 조선시대의 윤리와 예법, 동아시아적 차원의 중심의 문화억압, 반공의 이념이 문화적 텍스트를 통해 일상화되는 것, 일종의 ‘사회적 범죄’가 되어버린 감정 표현 등을 추적했다. 비고용, 무한 경쟁의 신자유주의 시대를 사로잡은 불안의 감성은 금융의 상품화를 추동했으며, 고도의 자살률과 대형인재 등으로 살아 있는 행복과는 다른, 살아남은 자로서의 죄책감을 떠안게 되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구체적인 텍스트를 정하지 않고 사회와 문화 자체를 하나의 텍스트로 삼아 ‘시각’으로서의 감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감성이 어떻게 문화와 사회를 보는 하나의 시각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해, 일상과 경험을 토대로 연구했다. 금융화 시대에 불안과 공포의 감성이 어떻게 상품화의 매개가 될 수 있는지에서부터(서동진), 세계 자살률 1위에 이른 불명예의 나라에서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과 부채의식에 관해 다룬 도덕감정론(김왕배)까지, 그리고 법과 감정의 분리 불가능성에서부터 논쟁적 대립과 화해를 다룬 조선시대 판례의 연구(김지수)와 옥안과 판부에 서술된 감정에 관한 법 해석 및 공감의 역학 연구(강혜종), 신분과 젠더 차이에 따른 감정의 위계화를 다룬 연구(소영현)에 이르기까지, 감성을 통해 문제적 사회와 문화, 역사를 비판하고자 했다.
2부는 감성 연구의 보편 이론을 찾으려는 연구 관점을 견지한채 구체적인 텍스트를 대상으로 공감적 감성과 공통 감각을 분석한 것이다. ‘사랑’의 감정을 중심으로 감성의 문화적 힘과 사회적 동력에 대한 탐구(최기숙)에서부터, 지역과 인종에 따라 위계화된 감정 문법의 사례(후샤오전), 문화 교류에서 감성의 역할(김기완), 감성 기획으로서의 이데올로기와 문화(이하나), 동아시아 공통 감각의 가능성에 대한 타진(앤서니 펑·최기숙) 등이 논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