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듀런트의 문명 이야기 제4권 [신앙의 시대]는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유대교가 중세 시대에 어떤 성취를 이루었는지, 나아가 당대의 삶과 문화가 오늘날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조망한다. 여기에는 한 편의 극작품 같은 삶을 살았던 수많은 인물들(아우구스티누스, 히파티아, 유스티니아누스, 마호메트, 하룬 알 라시드, 샤를마뉴, 정복 왕 윌리엄, 아퀴텐의 엘레아노르, 사자심 왕 리처드, 살라딘, 마이모니데스, 성 프란체스코, 성 토마스 아퀴나스, 로저 베이컨)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뿐만 아니라 문학사상 가장 위대하다고 일컬어지는 사랑 이야기도 다시 등장하는데, 엘로이즈와 아벨라르,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사랑 이야기가 필자 특유의 폭넓은 학식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 앞에 펼쳐진다.
이 책은 중세의 모습을 ‘총체적 방법론’을 통해 하나의 통일된 그림으로 제시해 주고 있으며, 거기 더해 중세 시대를 새롭고 보다 폭넓게 바라보는 시각까지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 이 책을 통해 무척이나 풍성하고 또 정교했던 이슬람 문명을 배경으로 삼아 그리스도교 문명을 다시금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리스도교 철학이 이슬람 및 유대교의 철학에 많은 빚을 지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더불어 십자군 전쟁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니, 그것은 발달한 문명이 야만적인 문화를 공격하고 들어간 것이기보다는 덜 자란 어린 문명이 훨씬 난숙하고 또 섬세한 문명을 접한 사건이었다.
이러한 기조를 중심으로 하여 이 책 [신앙의 시대]는 그리스도인, 이슬람인, 유대인들이 경제, 정치, 법률, 통치, 종교, 윤리 도덕, 예의범절, 교육, 문학, 과학, 철학, 예술에 남긴 족적을 두루두루 살피는 바, 이 중세는 세 개의 거대 종교는 물론 인생에 대한 종교적 및 세속적 관점 사이에서도 항상 필사적 힘겨루기가 이어진 주요 변혁기였다. 이 천년의 풍광 안에서 우리는 낭만, 궁핍, 웅대함, 신심과 부도덕, 봉건주의와 수도원 제도, 이단과 종교 재판, 대성당과 대학, 음유 시인과 서정 시인을 만나 볼 수 있으니, 듀런트는 이 모든 소재를 한데 모아 하나의 매력적인 서사 안에 갈무리해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