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0주년 ‘로맹 가리, 로맹 가리를 말하다’ 대담 형식의 자서전
로맹 가리의 속내를 완전히 표현해낸 작품
마음산책의 일곱 번째 로맹 가리 작품 『밤은 고요하리라』. 로맹 가리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작품으로, 그가 세상을 뜨기 6년 전인 1974년 발표한 책이다.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쓴 첫 책 『그로칼랭』을 출간하며 작가적 쇄신을 노리던 그해, 로맹 가리는 자신을 따라다니던 온갖 소문과 염문을 『밤은 고요하리라』를 통해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로맹 가리의 다채로운 경험과 생각이 오롯이 정리된 이 책은, 그가 오랫동안 꾹꾹 눌러왔던 진짜 속내를 있는 그대로 터놓은 진정한 자서전 격 작품으로, 그간 나온 평전들은 이 책의 내용을 많은 부분 참고하였다.
『밤은 고요하리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두 명의 담화자가 이끌어가는 대담집이다. 로맹 가리, 그리고 실제 기자 겸 작가로 로맹 가리의 죽마고우인 프랑수아 봉디. 이 두 사람이 격의 없이 진정성을 담아 답하고 질문하며 성(性) 문제부터 개인사, 문학, 인물, 국제 정세까지 경계 없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본문 내내 장도 절도 없이, ‘의식의 흐름’처럼 맥락도 예고도 없이 온갖 화제를 건드리는 두 남자의 수다 같은 대담을 읽다 보면, 그동안 ‘로맹 가리’ 또는 ‘에밀 아자르’의 가면에 가려 보이지 않던 ‘인간’ 로맹 가리의 진짜 모습을, 그가 일궈온 지위와 문학 세계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로맹 가리는 이 책에서만큼은 ‘자아’의 검열 없이 모든 걸 털어놓으리라고 다짐한다. ‘자아’가 야기하는 모든 허위는 그가 자신의 작품들 속에서 끊임없이 경계하던 것이다. 자기애가 강해서가 아니라 그 반대의 이유로, 허위에 대한 반발 때문에 로맹 가리는 그토록 자신을 드러내었다. 『밤은 고요하리라』는 그러한 기조의 연장선에 있는 책으로, 로맹 가리 특유의 거친 독설과 재치, 냉소적인 유머가 그의 어느 소설보다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