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의 또 다른 정수 『발자크의 해학』
오노레 드 발자크는 1799년 5월 20일, 프랑스 투르에서 태어났다. 전설적인 필력으로 무려 140여 편의 작품을 썼으며, 그중 90여 편의 작품을 묶은 총서 『인간극』이 있다. 발자크는 『인간극』에서 빼어난 관찰력, 분석력, 표현력으로 19세기 프랑스의 사회 풍속을 그려내어 후세까지 이름을 떨친다. 하지만 젊은 날의 발자크에게는 『인간극』 말고 다른 프로젝트가 있었다.
발자크가 활동하던 19세기 전반, 프랑스는 수많은 이들이 피 흘려 세운 공화정이 무너지고 제정, 왕정복고, 두 번째 공화정, 두 번째 제정으로 치닫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격동의 시기였다. 발자크에게는 자신이 맞닥뜨린 사회 현실을 다양한 인간상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충만했다. 반대로 현실에서 느끼는 억압이나 위선을 상상력을 통해서 깨트리고 싶은 욕구 또한 공존했다. 바로 후자가 발자크의 다른 프로젝트로, 〈해학 이야기 100〉이다.
〈해학 이야기 100〉은 1832~1837년까지 작품 30편이 『발자크의 해학』으로 출판된 뒤 중단된다. 이 작품들은 『인간극』에 포함되지 않으며, 시대적 배경이나 주제, 문체까지 발자크의 다른 작품과는 아주 판이하다. 『발자크의 해학』에는 15세기 투렌 지방을 배회하던 사람 좋고 나이 든 수도사들의 풍류담과 주교좌성당의 참사원들, 호시절을 보낸 정숙한 체하는 노파들이 이야기한 것이 담겨 있다. 발자크는 19세기, 시대의 풍랑에 시달리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때로는 명랑하고 때로는 허풍기 있고 때로는 허튼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발자크는 『발자크의 해학』이 자신의 또 다른 정수가 깃들여 있다고 한다. 평생 연인이던 한스카 백작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나의 작품 중에 후세에 남을 만한 것은 『발자크의 해학』입니다.”라고 밝힐 정도이다. 『발자크의 해학』은 오늘날 가장 널리, 가장 많이 읽히는 발자크의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