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런드 러셀, 이승만, 콘라트 아데나워, 칼 야스퍼스에서 페터 바이벨, 하길종, 페터 슬로터다이크, 정명훈, 진은숙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만난 70여 명의 인물에 대한 글로 그린 초상화
우리는 종종 ‘이 나라에는 인재는 많아도 인물은 귀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사람은 많아도 사람을 키우고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노력, 즉 사회적ㆍ문화적 주역을 키우는 데 매우 인색하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의 젊은 세대들이, 그들이 숭배할 만한 사회의 지도자, 정신적인 영웅 또는 지적인 우상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다. 오랜 세월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살아온 저자는 언론이야말로 ‘사람’을 ‘인물’로 만드는 중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 또한 그러한 취지에서 언론에 발표됐던 저자의 글들을 엮어 만든 것으로, 이 책을 통해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이 그들이 존경할 만한 인물의 상을 그려내게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룬 인물들은 1872년생의 철학자로부터 1961년생의 음악가에 이르기까지 약 한 세기에 걸쳐 우리와 시대를 같이 하며 산 사람들이다. 이 책에 실린 글 중 제일 오래된 글은 1961년에 쓴 글이고 가장 최근에 쓴 글은 2008년 말에 쓴 글이다. 그 또한 거의 반세기를 헤아리는 세월로 사람들 속에서 사람을 그리고 사람을 그려보다가 어느 사이 한 세상을 산 것처럼 느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먼 옛날 저자는 그림 공부를 하겠다며 한 2년 동안 줄곧 인물 소묘만 하다가 그만 둔 일이 있다고 한다. 그림은 그만 두었으나 그 뒤에도 사람을 그리고 싶은 생각은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 모은 글과 사진들은 그런 점에서 저자가 ‘화필’ 대신 ‘문필’로 그려본 소묘집, 글씨로 그린 초상화집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에 쓰인 ‘그리다’라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그려내다’, ‘묘사하다’라는 뜻이 있고, 또 ‘그리워하다’, ‘동경하다’는 뜻이 있다. ‘사람을 그리다’란 이 책의 제목에도 그 두 가지의 큰 뜻이 담겨져 있으니, 이 책에서 만나게 될 70명의 인물에 대한 80여 편의 글을 통해 우리시대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마음속에 진정한 우상이 될만한 인물의 초상화를 그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