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마술은 무엇인가요?
미처 다 쓰지 못한 이야기. 이제야 털어내는 이야기. 내 손이 먼저 간다. -윤태호(만화가)
마술 같은 이야기를 뿜어내는 놀라운 삶의 지혜들.
잊히지 않고 가슴속에 남아 영원히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게 했던 이야기들을 이제 수년 전 보물 릴테이프를 만들 때처럼 편집해서 통째로 넘겨. 나는 이 이야기들이 좋았어. 이야기들이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야. 물론 질문만이 좋았던 것은 아니야. 이 이야기들이 좋았던 데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어. 이야기 속 사람들이 질문에 따라 살고 있었기 때문이야.”
20년 동안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라디오 PD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온 정혜윤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마술 라디오》를 내놓았다. 이 책은 그들을 만나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 잘했건 아쉽건 자랑스럽든 후회되든 반복적으로 혹은 기습적으로 생각나는, 정혜윤 자신과 그녀가 만났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 그녀는 언젠가 라디오에 대해서 쓰고 싶다고 오랫동안 생각해왔다고 한다. 그 바람이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제작 뒷이야기가 아니라, 방송을 하는 사람과 방송을 듣는 사람 모두 가슴이 깊어지게 만드는 삶의 이야기들로 묶여 《마술 라디오》로 나왔다.
이 책은 정혜윤이 방송 편집 과정에서 잘려 나간 릴테이프들을 이어 붙인 보물 같은 120분짜리 릴테이프에서 시작한다. 120분짜리 릴테이프에는 한숨 소리, 콧물 소리, 기침 소리, 이상하게 꼬인 발음, 얼토당토않은 어리석고 진부한 의견들, 애매하고 불확실한 주장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다시 합시다”라든가 “죄송하지만 다시 해주세요” 같은 그녀의 목소리도 들어가 있었다. 그 릴테이프를 그녀는 우울할 때 편집실 문을 닫아걸고 듣곤 했다.
그런데 몇 번을 거듭 듣는 동안, 잘려 나가게 만든 실수가 누구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수를 만회하려는 마음, 조금이라도 더 잘해보려는 마음, 더 잘하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마음, 다시 하면 잘할 거란 믿음이었다. 그런 그녀가 그때 간절히 원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다시 할 수 있어요?”라고 묻는 그들의 마음을 합쳐 “다시 합시다!”라고 하는 것.
그런 마음들을 합쳐 그녀는 방송용 릴테이프가 아니라 책으로 160분(프롤로그, 본문, 에필로그)짜리 릴테이프를 만들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편집되어서 방송에 나가지 못한 이야기, 방송 후에 새로 알게 된 이야기 들을 담아서. 이상하게도 잊히지 않고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아 영원히 살아 있는 이야기들을 담아서. 자신과 그 이야기들을 들은 사람들에게 반려 이야기가 되고 있는 이야기들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