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가 주저 『윤리학』을 제쳐두고 집필한 『신학-정치론』은 1670년 1월 출간되자마자 전 유럽에 걸쳐 ‘지옥에서 꾸며진 책’이라고 불릴 만큼 불온하고 신성모독적이라는 맹렬한 비난에 시달렸다. 성경이 신의 말씀이 아닌 인간의 문학작품이며, 참된 신앙은 제도화된 종교와 상관이 없고, 종교가 근대국가의 통치에 관여해서는 안 되며, 민주주의가 가장 좋은 형태의 정부라는 그 책의 주장은 당시 유럽에서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자유의 기치가 가장 드높았던 네덜란드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전복적이고 급진적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