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시대를 책 몇 권을 나열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듯이, 조선시대에도 그런 책이 있었다. 어린아이들이 읽는 책, 혹은 학문의 초급자가 읽는 책으로 생각하는 [소학]이 바로 그것이다. [소학]은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많이 읽힌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주희가 8세경의 아이부터 읽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말과는 달리 [소학]은 [논어]·[맹자]·[중용]·[대학] 같은 사서에 버금가는 비중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 내용 또한 그리 쉽지 않았다. 주희가 [소학]을 만든 이유가 주자학의 세계로 나아가는 데 반드시 갖추어야 할 능력을 습득하게 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소학]은 중국의 여러 경전과 역사서, 학자들의 글이 발췌되어 재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선별·발췌한 문장의 수준이 어려웠거니와, 주희가 자신이 세운 학문의 틀 속에서 내용을 추리고 체계를 구성했기 때문에 웬만한 실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 바로 [소학]이었다. 게다가 중국의 책이었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주자학의 기초 교재인 [소학]은 조선 사회에서 주자학, 주자학 문화의 확산을 이끄는 첫머리에 놓여 있었다. 주자학을 깊이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양반들에게도 교양과 과거 급제를 위해 [소학]을 공부하는 것은 필수였다. 조선 사람들은 [소학]의 논리와 방법을 익혀 주자학의 방대한 세계로 들어가고자 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소학]의 주석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다. [조선의 [소학]-주석과 번역]은 조선시대 [소학]의 번역·주석서가 성립하고 보급되는 과정과 그 활용 양상을 구체적인 텍스트를 통해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