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커서 나도 청각장애인이 되어야지.
저자는 귓속에 작은 돌멩이를 보청기처럼 끼워넣어 야단을 맞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녀는 부모가 모두 청각장애인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생활한 덕분에 '소리가 없는 세계'를 아주 익숙하고도 편안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성장한 건청인(정상 청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녀가 곁에서 지켜본 바에 따르면, 청각장애인들의 세계는 조용하지만 아주 많은 것들을 말하는, 고요하면서도 충만한 세계이다. 하루 종일 대화가 단절된 세상에 속해 있다가 자신과 같은 청각장애인을 만나면, 그들은 늦은 밤까지 헤어지기 싫어하며 깊은 대화를 나눈다. 서로의 눈빛과 손짓이 보이는 곳이라면, 아주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은 서로의 눈을 쳐다보고 끈으로 연결된 듯한 손가락을 아름답게 움직이며 오래도록 대화한다.
저자는 건청인과 청각장애인, 이 두 세계를 오가며 소리도 없이 이해되는 말들의 온기를 그리워한다. 수화가 아름다운 것은 그 동작보다는 그들의 진심어린 마음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말을 주고받는 게 편하지만,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은 없음을 생각할 때, 애절한 마음을 담아 소리 없이 말하는 청각장애인들의 세계는 '소통'에 대한 의미심장한 비유로 읽힌다.